[베이스볼 피플] “수비도 못하면 못 뛴다” 삼성 김상수를 일으킨 간절함

입력 2021-07-0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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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상수.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31)는 올 시즌 초반 최악의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입단 첫 해였던 2009년(97경기 타율 0.244)을 밑돌았을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올 시즌 최고 타율은 4월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직후의 0.267이었고, 이후에는 1할대 후반과 2할대 초반의 멘도사 라인에 머물렀다. 5월의 월간 타율은 고작 0.155(71타수 11안타)이었다. 지난해 3할 타율(0.304)을 기록했던 타자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스스로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안 풀린 적은 처음이다.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필요할 때 쳐줘야 하는데, 너무 부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수는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물샐 틈 없는 수비로 내야를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이다. 4일까지 10개 구단 2루수 중 가장 많은 563이닝을 소화한 김상수의 타구처리율은 95.02%로 400이닝 이상 소화한 내야수들 중 최고였다. 241차례 수비 기회에서 7개의 실책을 범했고, 내야안타 허용은 5개에 불과했다.

타격 부진이 수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많지만, 김상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내야 센터라인을 든든히 지켰다. 베테랑의 책임감이었다. “수비까지 못 하면 경기에 못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호수비를 보여줄 기회가 자주 찾아왔다. 하늘이 다 안 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수비 덕분에 경기에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상수의 회상이다.

수비에 집중하며 부담을 내려놓으니 길이 보였다. 정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김상수의 타이밍이 좋아지고 있다. 강한 타구도 많이 나오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김상수는 6월 26일 대구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부터 7연속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이 기간 타율은 0.391(23타수 9안타)로 훌륭했다. 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올 시즌 첫 홈런을 연장 10회초 결승 솔로포로 장식하며 포효했다. 팀이 이날부터 3경기를 내리 이겼으니 김상수의 성취감도 그만큼 커졌다.

허 감독의 말대로 답은 타이밍에 있었다. 김상수도 “그 동안 타격폼 자체에 너무 빠져있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며 “타격코치님과 함께 좋았을 때 영상을 보며 빠른 타이밍에 타격하려 노력하니 강한 타구가 늘었다. 이제는 더 과감하게 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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