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영미 언니’의 첫 올림픽 메달, 마음껏 축하해주자

입력 2021-07-28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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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펜싱에페대표팀의 맏언니 강영미(36·광주서구청)는 늦게 핀 꽃이다. 2020도쿄올림픽 이 종목 단체전 은메달이 그의 첫 올림픽 메달이다. 시니어 국제종합대회에서 처음 입상한 게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이었던 것만 봐도 그가 겪은 인고의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2런던올림픽 이 종목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이자 KBS의 펜싱 해설을 맡고 있는 신아람(35)이 강영미의 1년 후배다. 신아람은 에페 종목을 중계할 때마다 “영미 언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강영미는 9년 전 후배 신아람이 일궈냈던 이 종목 단체전 메달의 업적을 이어받았다.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매우 길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꽃길이 열리는 듯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대통령배와 종별선수권 등 국내대회에선 경쟁력이 있었지만, 국제대회에선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도 “(강영미가) 과거에는 대표선수 중에서도 순번이 뒤였다”고 돌아봤다. 164㎝의 작은 키도 유럽선수들과 맞붙기에는 불리한 요소였다.

강영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 출전을 계기로 펜싱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유럽선수들과 맞붙으며 기량의 차이를 느끼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차이를 줄여나갔다. 자카르타-팔렘방AG 이 종목 개인전 결승에서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쑨이원(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도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협회 관계자는 “강영미가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뒤 기량이 확 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기만성’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강영미의 입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대한체육회가 잠재적 메달 후보로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인지 펜싱 종목 첫날(24일) 개인전 32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또 한번의 좌절이었다.

강영미(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과거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27일의 단체전을 준비했다. 후배 최인정(계룡시청), 송세라(부산광역시청), 이혜인(강원도청)까지 챙겨야 하는 리더이기에 개인전의 실패를 자책할 시간조차 없었다. 에스토니아와 단체전 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 최인정이 급격히 흔들리자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최)인정아, 괜찮아”를 외친 이도, 에스토니아선수들의 환호가 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 조용히 피스트로 올라가 최인정을 안아준 이도 강영미였다.

9년만의 에페 여자단체전 올림픽 메달은 강영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 첫 올림픽 메달이다. 그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이겨내고 이렇게 성적을 냈다는 것 자체로 동료들과 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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