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아시아선수권 상무 출전, 여자 불참의 숨은 얘기

입력 2021-08-04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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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구협회(KVA)가 2020도쿄올림픽 여자부 8강전을 하루 앞둔 3일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남자는 국군체육부대를 파견하고 여자는 출전을 포기 한다”고 보도 자료를 냈다. 협회는 “선수의 안전을 고려해 백신접종을 완료한 국군체육부대를 파견하고 여자는 소집 단체훈련 및 파견의 어려움으로 대회출전을 포기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배구연맹(AVC)이 주관하는 2021년 유일한 성인남자대회인 아시아선수권대회는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일본 지바에서 열린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최종예선전 출전 이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많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몇 년째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출전권도 없다. 현재 세계랭킹은 19위다.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야 랭킹점수가 쌓인다. 이번에 출전하지 못하면 파리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기회도 더 줄어든다.


이런 가운데 변수가 생겼다. 최근 V리그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었다. 불씨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3일 최종발표 전에 KVA는 V리그에 선수차출 협조를 요청했다. 이를 위해 협회 실무자와 V리그 사무국장들이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논의했다. 협회의 선수차출 요청에 프로구단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구단들은 전제조건으로 백신접종을 요구했다.

30대 이하의 선수들이 대부분인 프로배구 선수들은 아직 백신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2020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들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으로 백신을 맞았다. 프로구단들은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선수들도 이런 혜택이 가능한지 물었다. KVA는 많은 경로를 통해 백신접종 가능성을 타진했다. “쉽지 않다”는 대답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미 접종 상태의 선수들이 일본에 갔다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바는 8월 31일까지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가 선언됐다. 게다가 대회를 무사히 마친다고 해도 귀국 이후 2주간 자가 격리가 필요하다. 시즌 준비를 위한 황금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선선히 협조해줄 구단은 없었다. 협회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대타로 국군체육부대가 선택됐다.


여자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필리핀 수빅과 클라크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남자보다 더 빨리 대표팀 구성을 마쳐야 했다. 우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파견할 임시 대표팀 감독부터 내정했다. 그 감독은 프로팀 감독들을 만나 협조도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는 무슨 일인지 감독선임 발표를 미뤘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되지 않아서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열리기로 했던 이사회가 당일 갑자기 취소됐다. 여자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 본선에 진출했고 충분히 세계랭킹 포인트를 확보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불참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본과 중국도 이미 출전을 포기했다. 우리만 2021VNL과 2020도쿄올림픽에서 고생한 선수를 계속 데려갈 수도 없었다.

새로 선수를 뽑자니 기준 프로구단의 선수 구성상태가 문제였다. 가뜩이나 선수가 모자란데 위험부담을 안고 선수를 내줄 구단은 없었다. 결국 협회는 여러 상황을 판단했을 때 출전포기가 해법이라고 봤다. 비록 임시직이지만 배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던 그 감독은 결국 내정만 됐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국가대표팀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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