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마법의 뒷심! ‘역전승 최다’ KT, 이런 9회말이라면 반갑다

입력 2021-08-17 2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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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와 LG가 5-5로 무승부로 끝난 뒤 동점타를 쳐낸 KT 호잉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승차를 벌리지 못했지만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수확이었다. 선두 KT 위즈가 확실한 뒷심으로 왜 올 시즌 리그 최다 역전승을 기록하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1.5경기차 선두 KT와 2위 LG 트윈스의 맞대결. 3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 자리가 바뀔 수 있는 매치업이었기 때문에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앞선 7차례 맞대결에서 KT의 4승3패 근소우위였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KT는 배제성~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소형준, LG는 앤드류 수아레즈~이민호~임찬규가 차례로 등판하기 때문에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경기 전 양 팀 사령탑들은 특별한 의미부여를 애써 피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아직 상대팀을 의식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페이스대로 가야할 시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앞선 두 시즌도 마찬가지였지만 매 경기가 승부처다. 지금 있는 전력들로 시즌을 끝까지 치러야 한다. ‘언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후반기 승부를 가를 수 있는 3연전. 5-5 무승부로 순위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초반은 LG의 흐름이었다. 1회초 김현수의 솔로포로 리드를 잡았고, 3-1로 앞선 7회초에는 오지환의 투런포가 터졌다.
KT는 3-5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패배를 지웠다. 선두 심우준이 LG 마무리투수 고우석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나갔다. 포수 유강남이 마운드를 방문했음에도 고우석은 흔들렸고, 송민섭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결국 경헌호 투수코치까지 마운드를 찾았다.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1사 1·2루. 타석에는 리그 최고타자 강백호가 들어섰다. 기대감이 드는 상황, 강백호는 볼카운트 3B로 앞선 상황에서 고우석의 하이볼에 배트를 냈다. 짧은 우익수 뜬공. 강백호도 배트를 집어 던지며 아쉬움을 표현할 정도였다.

마법은 벼랑 끝에서 시작됐다. 후속 제라드 호잉의 중견수 쪽 먹힌 타구가 행운의 2루타로 이어졌고, 주자 두 명 모두 홈을 밟았다. 배정대가 경기에 마침표를 찍지 못해 무승부로 끝났지만 리드를 벌리지 못한 아쉬움보다 추격당하지 않았다는 만족이 더 클 법했다. LG에 0.5경기차로 쫓길 상황이었으니 패배 삭제 자체도 적잖은 수확이다. KT는 올 시즌 역전승 27회로 SSG 랜더스와 함께 이 부문 선두다. 역전패 역시 13차례로 최소 1위. 말 그대로 밀리면 뒤집고 앞서면 지키는, 강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수원에 9회말은 없습니다’. KT 홈구장에 붙은 슬로건이다. 탄탄한 마운드와 타선의 힘을 상징하는 문장. 하지만 이런 결과라면 9회말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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