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첫 선발→녹차 대신 사이다 호수비! NC 로컬보이의 눈이 빛난다

입력 2021-08-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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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보성은 20일 창원 LG전에서 그야말로 날았다. 기록지에 찍히지 않는 엄청난 호수비.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만든 결과다. 최보성은 1군에서 활약하는 자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3타수 1안타. 20일 창원 LG 트윈스전 최보성(23·NC 다이노스)의 성적표다. 기록지에 남지 않은 호수비는 NC 팬들 모두의 뇌리에 선명히 남았을 것이다. 따뜻한 녹차보다는 속 시원한 사이다에 가까웠던 장면. 어쩌면 그 호수비는 후반기 달라진 NC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NC는 20일 창원 LG전에서 8-3으로 승리했다. ‘간판’들이 중심을 잡았다. 나성범이 6회말 KBO리그 30번째 200홈런을 달성하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 양의지가 역대 48번째 2루타 250개를 달성하는 등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대타 전민수의 2타점 적시타도 결정적이었다.

이에 앞서 결정적인 수비 장면이 있었다. NC가 1-0으로 앞선 2회초. 파슨스는 1사 후 볼넷과 안타로 1·2루 위기에 몰렸다. 특히 이재원의 안타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코스로 떨어지며 흐름이 묘해졌다. 김재성에게 적시타를 내준다면 순식간에 LG의 기세가 오를 법한 상황이었다.

타석의 김재성은 볼카운트 2B-1S로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4구째를 밀어 때린 날카로운 타구.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 코스였다. 최소 동점에 이어진 찬스를 기대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NC 3루수 최보성이 이를 막아섰다. 기민하게 타구를 캐치한 뒤 곧장 3루 베이스를 찍고 1루로 송구. 완벽한 더블플레이였다. 파슨스는 곧장 최보성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최보성도 활짝 웃으며 덕아웃까지 싱글벙글한 채 들어갔다.

데뷔 첫 선발출장에서 경기 흐름을 대번에 바꿨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점활약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내내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3회초 1사 1루 문보경 타석. 파슨스의 투구가 빠질 뻔했는데 포수 박대온이 힘겹게 포구에 성공했다. 그러자 최보성은 연신 “나이스”를 외쳤다. 이 장면 외에도 연신 박수와 함성으로 동료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NC 관계자는 “늘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하는 선수다. 타격에서 강점이 분명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마산 출신으로 진해리틀에서 야구를 시작한 최보성은 시작부터 ‘로컬보이’였다. 학생수 20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외포중 야구부 초창기 멤버. 최보성을 비롯한 선수들 덕에 전교생이 두 배로 불어나는 사연도 있었다. ‘간절함 툴’은 어쩌면 최보성에게 당연했다. 지금 NC에 가장 필요한 유형이기도 하다.

경기 후 최보성은 “첫 선발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 좋다. 그동안 선상타구 연습도 많이 했는데 마침 연습했던 상황이 2회에 나왔다. 앞으로 더 잘해서 계속 1군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박힌 돌들이 스스로 나락까지 떨어졌다. 갑작스레 새로운 돌들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 누군가에겐 기회다. 최보성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1군 눈도장을 찍겠다는 각오 때문이다. 조금 투박하고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은, 실패한 권리가 있는 이들. 지금 NC가 희망을 노래하는 이유는 그들의 절실함 덕이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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