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방송한 46편의 미니시리즈 가운데 12편에 달하는 로맨스 장르 드라마가 대부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은 21일 막을 내린 JTBC ‘알고 있지만’의 한 장면. 사진제공|JTBC
12편중 10편, 시청률 3%이하 기록
서현진의 ‘너는 나의 봄’ 최대 3%
한소희 화제작 ‘알고있지만’ 1.7%
“전개속도 느리고 작위적 표현 한계”
로맨스 드라마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청춘남녀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 대부분이 5%(이하 닐슨코리아) 시청률을 채 넘어서지 못한 채 퇴장했다. 청춘스타나 톱스타들도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로맨스 드라마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기승전 로맨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로맨스 장르에 크게 기댔던 방송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서현진의 ‘너는 나의 봄’ 최대 3%
한소희 화제작 ‘알고있지만’ 1.7%
“전개속도 느리고 작위적 표현 한계”
12편 중 절반이 3% 이하 시청률
올해 1∼8월 종영하거나 현재 방영 중인 총 46편의 미니시리즈 중 사극을 제외한 로맨스 드라마는 12편이다. 전체의 26%가량이 로맨스 장르인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은 6월 종영한 KBS 2TV ‘오월의 청춘’의 5.7%로 나타났다. 그 다음 작품은 지난달 방송을 마친 tvN ‘간 떨어지는 동거’(5.3%)였다.이 외에는 대부분이 3%에 미치지 못했다. 서현진·김동욱이 주연해 24일 종영하는 tvN ‘너는 나의 봄’은 3.4%로 시작해 최근 1%로까지 떨어졌고, 송강·한소희 조합이 화제를 낳은 JTBC ‘알고 있지만’도 21일 1.7%로 막을 내렸다. MBC ‘오! 주인님’(2.6%),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2.6%),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2.4%) 등은 화제조차 모으지 못했다.
반대로 액션이나 ‘막장’ 등을 내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SBS ‘모범택시’와 tvN ‘빈센조’가 각각 16%, 14.6%였고, 올해 시즌2·3을 방영한 SBS ‘펜트하우스’도 최고 29.2%를 기록했다.
24일 종영하는 tvN ‘너는 나의 봄’. 사진제공|tvN
“관습적 반복” 심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로맨스의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긴장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로맨스 소재가 정체일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을 잊고 싶어 하는 시청자 심리가 전개 속도 빠르고 자극적인 소재를 향한 관심으로 발현된 탓”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등으로 연애나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로맨스 소재가 현실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5월 ‘코로나19 시기의 연애·결혼·출산 변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9세 미혼 성인남녀 2000명 중 78.1%가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1년간 “새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이 같은 흐름에서 드라마가 “대리만족마저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 교수는 “제작진이 이전의 정형화한 틀에 기대 관습적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로맨스 장르가 그만큼 자기복제하며 작위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맨스를 내세우면 어느 정도 시청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도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