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MVP] 롯데 QS 1위…자타공인 ‘레인맨’의 프로의식이 만든 결과

입력 2021-08-23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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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이 23일 사직 KT전에서 굵은 빗줄기 속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박세웅이 23일 사직 KT전에서 굵은 빗줄기 속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토종 투수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1위인 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는 명실상부 박세웅(26)이다. 유독 비구름을 몰고 다님에도 자신의 루틴을 흔들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은 포심, 슬라이더보다 더 강력한 박세웅의 무기다.

롯데는 23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6-2, 7회 강우콜드 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6이닝 3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6패)째를 따냈다.

이날 오전부터 전국적으로 내린 장대비의 여파로 경기 개시 자체가 불투명했다. 실제로 사직을 제외한 4개 구장 모두 비로 취소됐다. 사직구장에는 개시 시간 임박해 비가 멈췄고, 경기가 열렸지만 3회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4회말 1사 2루 롯데 공격 때 경기가 17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잠시 비가 잦아들어 경기가 개시됐지만, 이후에도 날씨의 심술이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 모두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버텨냈다. 5회초 선두 박경수 타석에서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며 볼넷을 내줬지만, 장성우 타석부터 평정을 되찾았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경기 성립을 만든 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하지 않았다. 에이스의 몫을 제대로 다한 하루였다.

박세웅은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을 ‘레인맨’으로 칭했다. 유독 비와 인연이 잦았다. 최근만 따져도 7월 3일 인천 SSG 랜더스전 우천취소로 이튿날인 4일 등판했다. 같은달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정비가 112분간 진행되며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8월 19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회초 박동원에게 투런포를 허용했으나, 1회말 우천 노게임 선언이 되며 피홈런이 날아가기도 했다.

유독 꼬이는 일정임에도 퍼포먼스는 나쁘지 않다. 박세웅은 올 시즌 17경기에서 5승6패로 승운이 따르지 않지만 QS는 11개로 팀 내 1위, 리그 공동 5위다. 박세웅 스스로가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가 투구이닝과 QS다. 토종 선수가 팀 QS 단독선두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외국인투수의 부진이 그만큼 아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박세웅이 버텨주는 덕에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노래하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박세웅이 레인맨이 된 것 같다’는 질문에 껄껄 웃으며 “지금 모습이 정말 좋은데, 혹시 사이영이라는 별명은 없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박세웅은 프로 선수다. 승부욕이 정말 강하다. 오늘도 비가 내림에도 이를 신경 쓰지 않고 똑같이 선발로 나간다는 생각으로 루틴을 진행하고 있다. 외부 요인을 떠나 자신 앞에 주어진 역할을 확신하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튼 감독은 “만약 취소가 되더라도 다음 등판 스케줄을 조율해 정하면, 그에 맞춰 잘 준비해줄 것”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박세웅은 벤치 기대에 100% 응답했다. 유독 자신의 위에 자주 도사리는 먹구름. 박세웅은 그걸 스스로의 프로의식으로 걷어내고 햇빛을 만들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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