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최전방 공격수 주민규는 올해 K리그1에서 13골을 넣어 득점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5년 만에 K리그1 
토종 득점왕에 등극할지 주목된다. 최근 10년간 K리그1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국내선수는 2015년 김신욱과 2016년 
정조국뿐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최전방 공격수 주민규는 올해 K리그1에서 13골을 넣어 득점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5년 만에 K리그1 토종 득점왕에 등극할지 주목된다. 최근 10년간 K리그1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국내선수는 2015년 김신욱과 2016년 정조국뿐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팀들에게 외국인 공격수 영입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인 공격수가 득점 1위에 오른 것이 김신욱(18골·2015년)과 정조국(20골·2016년)뿐일 정도로 득점왕은 외국인 공격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올 시즌은 5년 만에 토종 득점왕 탄생을 기대할 만하다. 주민규(31·제주 유나이티드)의 기세가 대단하다. 현재 13골을 터뜨려 K리그1(1부)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인 라스(수원FC·14골)에 1골 차로 추격 중이다. 주민규는 26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며 득점왕 타이틀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커리어하이 찍고 득점왕까지?

주민규는 2013시즌 당시 K리그2(2부)에 소속된 고양Hi FC에 입단해 프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주로 미드필더로 뛰며 공격력을 뽐낼 틈이 없었다. 변화의 계기는 2015시즌이었다. 서울 이랜드FC 이적 후 마틴 레니 전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고 23골을 넣어 팀을 창단 첫 K리그2 자체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2017시즌엔 상주 상무(현 김천)에 입대해 17골을 터뜨려 K리그1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군 전역 후인 2019시즌 주민규는 울산 현대로 향했지만 팀 내 입지는 2인자였다. 19골을 터트려 득점 2위에 오른 주니오(브라질)가 주전이었다. 28경기에 나섰음에도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고, 5골에 그쳤다. 그럼에도 그는 “조연으로서 많은 것을 배운 시즌이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그 덕에 제주의 제안을 받아 이적하지 않았느냐”며 웃었다.

지난해 제주로 이적한 주민규는 팀을 1부로 승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K리그2에서 8골은 자신은 물론 주위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그는 “작년에는 발 부위 사마귀로 고생했다. 출전한 경기가 적다보니 득점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은 달랐다. 서서히 리듬을 끌어올리며 예열을 마친 그는 4월, 4경기 연속 골(5골)을 뽑아내는 등 전반기에 10골을 몰아쳤다. “올해는 부상 없이 경기를 치른 게 골이 늘어난 비결”이라고 밝힌 그는 14일 울산을 상대로 멀티 골을 포함해 3골을 터트리며 후반기에도 막강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득점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진 않았지만 일단 자신만의 목표에 집중한다. “상주에서 뽑은 17골을 넘는 것이 첫 목표”라던 주민규는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하면 다음 목표를 정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주민규는 2016시즌 득점왕 출신인 정조국 코치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 당시 광주에서 정 코치를 지도했던 남기일 감독이 현재 제주를 이끌고 있다. 주민규는 “정 코치님에게 많은 조언을 듣는다. 남 감독님 지휘로 정 코치님도 득점왕이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승리만 바라보는 ‘주장’ 주민규

제주의 상황은 좋지 않다. 현재 8위(승점 28)에 올라있지만 꼴찌(12위) FC서울(승점 25)과 격차가 승점 3에 불과할 정도로 흐름이 아쉽다. 그 때문에 이창민이 찼던 주장 완장을 시즌 중 주민규가 물려받았다.

평가가 좋다. 김현희 제주 단장은 “팀을 위해 워낙 많은 일을 해주는 선수다. 득점뿐만 아니라 주민규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민규는 “타이틀도 좋지만 현재 팀 상황이 좋지 않아 득점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앞으로 우리 색채를 낼 수 있도록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며 반등을 약속했다.

제주는 18일 서울 원정을 1-0으로 마쳐 13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29일엔 홈으로 서울을 불러들여 또 다시 승리를 노린다. 주민규는 “(서울전 골이 없는) 징크스는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득점하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더 좋다”고 했다.

아쉽게도 제주는 홈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져 무관중 경기가 결정됐다. 주민규는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온라인으로나마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주민규는 팬들에게 상위권 도약도 약속했다. “제주에 처음 안착했을 때 목표는 오직 승격이었다. 이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는 그는 “앞으론 계속 이겨야 한다. 90분 내내 밀려도 1골 넣고 승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