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그래도 중동 특유의 축구 스타일은 감추지 못한다. 여느 팀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상대가 강하다 싶으면 무승부에 목표를 두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일삼는다. 이는 제 아무리 유럽 출신의 명장들이라도 바꾸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네덜란드)이 지휘봉을 잡았다곤 하나 이 같은 오랜 습성이 사라질 리는 없다.
벤투 감독도 결전을 하루 앞둔 1일 진행된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중동의 침대축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경기를 컨트롤하는 것은 심판진의 역할이다. 우리가 준비한 스타일대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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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애초에 이라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른 시간대의 선제골이 간단한 해결책이다. 지고 있는 팀이 하염없이 시간을 끌 여유는 없다. 승점 1점이라도 챙기기 위해 공격을 시도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만큼 공간은 더 열리게 된다. 이 경우 한국으로선 충분히 다득점 승리도 노려볼 수 있다.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2012년부터 활약한 남태희(30·알 두하일) 역시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먼저 득점하면 상대를 조급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장 기본은 ‘볼 소유’다. 볼을 오랫동안 가진 팀이 경기를 더 유리하게 풀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과감하면서도 일관된 전진 플레이를 통해 이라크 수비진을 끌어내야 한다. 빠른 발을 지닌 손흥민(29·토트넘) 등의 끊임없는 측면 공략이 몹시 중요하다.
벤투 감독은 늘 “볼을 계속 소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상대의 장점을 차단하고, 잘하는 것을 못하도록 막는 것이야말로 ‘벤투호’가 잊지 말아야 할 승리의 기본공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