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체크] 전도연, 역시는 역시…비교불가 감정연기 (‘인간실격’)

입력 2021-09-05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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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인간의 심연을 뒤흔드는 내공 깊은 연기력으로 ‘명불허전’ 명배우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다시금 증명했다.

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 박홍수, 극본 김지혜)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특히 전도연은 ‘굿와이프’ 이후 무려 5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으로 ‘인간실격’을 선택해 ‘대체 불가-비교 불가-반박 불가’의 폭발적인 명품 열연을 선보이며 경이로운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지난 4일 방송된 ‘인간실격’ 1회에서 전도연은 어두운 상처를 지닌 복잡하고 불안한 심리 상태와 더불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파괴해나가는 불완전한 내면을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위태롭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먼저 전도연은 “안녕하세요 선생님.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나고 온 그날부터 저는 내내 ‘인간의 자격’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자격...”이라는 덤덤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으로 ‘인간실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전도연은 욕조 안 물속에서 눈을 감은 채 마치 죽은 듯이 무표정하게 잠겨 있는, 충격적인 첫 등장을 한 데 이어, 부잣집 도우미로 일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전도연은 시어머니 민자(신신애)와 한바탕 싸우고 난 후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남편 정수(박병은)에게 또박또박 할 말을 내뱉는 다혈질 면모를 찰지게 표현, 반전을 안겼다. 전도연은 “내가 먼저 그런 거 아니야. 자기 어머니가 먼저 나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단 말이야”라며 “사람이 마흔 넘으면 어떻게 해도 용서가 안 되는 그런 년이 하나쯤은 생겨”라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격렬한 감정 변화를 밀도 짙은 온도차 열연으로 담아냈다.

반면 전도연은 아버지 창숙(박인환)에게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다정한 딸의 면모도 뿜어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피해 신용카드로 10만원을 ‘단기 대출’받아 아버지의 집으로 온 부정은 “아부지 딸 왔다”라면서 모아온 중국집 전달들을 펼쳐 보이더니 “탕수육도 먹을까? 오랜만에 카드도 된대. 근데 나 오늘은 현금도 있어. 저번에 아부지가 나 천 원짜리 한 장 없이 그지처럼 다닌다고 놀렸잖아”라며 “보자...어디가 제일 싸냐”라고 저렴한 중국집을 찾는 모습으로 친근함을 자아냈다.

특히 전도연은 아버지 창숙을 향해 그간 말하지 못했던 통한의 절규를 섬세한 감성으로 연기해 안타까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박스를 주우러 다니던 아버지를 보며 부정은 “나도 다 때려치우고 아부지랑 박스 주우러 다닐까? 박스 줍는 게 뭐하면...파출부 같은 것도 있고”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가사 도우미를 다니는 사정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를 연거푸 부른 후 “아부지 나는 실패한 거 같애...”라며 “나 결국 아무것도 못됐어요...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나 어떡해 아부지 난 자격이 없어요”라고 흐느끼다 끝내 처연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방황하는 부정의 처절한 상실감, 삶의 나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쓸쓸한 고독감, 절망에 깊이 빠진 오열까지 인간 본연의 감성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 1회 엔딩에서는 버스에서 흐느끼며 울던 부정이 자신에게 손수건을 건넨 후 버스에서 내리려는 강재(류준열)를 붙잡은 채 서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 펼쳐져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인간실격’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 제공= ‘인간실격’ 방송분 캡처]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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