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눈이 떼어지질 않네” 김석주·이지유의 티키타카…음악극 브릴리언트

입력 2021-09-06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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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싱어송라이터와 단역배우의 사랑을 그린 2인극
-김석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작아져 가는 남자의 심경 잘 그려
-이지유, 연기의 미묘한 톤 조절 돋보여…시원시원한 노래에 ‘귀 뻥’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10월 31일까지 공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간극에서 고민하고, 사랑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가난하고 거칠었지만 찬란하게 빛이 났었고,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브릴리언트(brilliant)’로 명명되었다.

이 작은 음악극은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연수와 배우 황지훈. 두 사람을 연결하는 키워드는 ‘무명’이다. 김연수는 거리 버스킹에서조차 수줍어 얼굴을 들지 못하고 노래하는 가수이고, 황지훈은 단역에 출연하는(그나마 가끔이다) 배우다.

연수의 버스킹과 지훈의 마트 어린이 공연에서 교차된 이들의 시간은 빠르게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을 지피게 된다.


지난해 대학로에서 초연됐고,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재연무대의 막을 올린 작품이다. 현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데 원래 예정보다 기간이 연장돼 10월 31일까지 공연한다는 소식이다.

조금 일찍 객석에 앉으면 꽤 인상적인 무대를 볼 수 있다. 무대 중앙에 자리한 투박한 세트는 극 중 벽을 열어 연수의 집으로 활용된다. 이 세트 오른쪽에 계단을 놓아 2층을 만들었는데, 이 장소는 연수가 노래하는 버스킹 공연장으로 스탠드 마이크와 소형앰프가 설치돼 있다.

무대 양쪽에 두 그루씩 세워놓은 나무들은 무대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네 그루 나무에는 작은 전구를 잔뜩 달아놓았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같다. 조명기구를 넣은 박스들도 은은하게 무대에 온기를 더해준다.


무명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는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게 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사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잔뜩 보고 들어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뻔한’ 스토리는 ‘뻔하지 않은’ 힘을 갖고 있는데, 그 힘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어제 본 이야기를 오늘 새로 본 듯 손에 땀을 쥐고, 눈가를 촉촉하게 적셔가며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 사랑하는 청춘남녀의 티키타카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얼마나 또 어디 있겠는가.

‘진심과 열정’을 입에 달고 사는 긍정남 황지훈과 “제가 콘서트를요? 상상도 못해봤어요”하는 소심녀 김연수는 남극과 사하라 사막만큼이나 대극점에 서 있는 캐릭터들이다.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동거를 하게 되지만 삶은 점점 더 고단해져 간다. 캐스팅의 문턱에서 연달아 좌절하며 진심과 열정이 바래져가는 지훈를 보며 연수는 힘껏 돕고자 하지만 그마저 현실이라는 냉기에 손과 발이 얼어붙고 만다.

두 사람이 부딪친 가장 두려운 벽은 의외로 돈이 아니었다. 앉은뱅이 탁자에 캔맥주 두 개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두 사람이지만 꿈의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금이 생기며 어두운 속을 내보이게 된다.

김석주(황지훈 역)와 이지유(김연수 역)의 연기는 합이 잘 맞아 편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김석주는 ‘진심과 열정’의 긍정남이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당당함을 잃고 작아져가는 지훈의 감정변화를 잘 표현했다.

노래도 시원시원하게 불러준 이지유는 몇몇 장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지훈과 연수가 헤어지기 전 다투는 장면이다. 무너져 가는 지훈을 안타까운 심경으로 바라보던 연수가 결국 분노를 터뜨리기까지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유심히 보면 그 톤이 매우 미묘하게 변화되어 감을 발견할 수 있다.


연수는 결국 꿈꾸던 자신만의 콘서트를 열게 되고, 공연이 끝난 후 헤어졌던 지훈이 꽃을 들고 나타난다. 가슴 설레는 장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멋진 반전의 연출이 숨겨져 있다. 이것만큼은 스포할 수 없으니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헤어졌던 두 사람이 재회해 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열린 결말로 이해하고 싶다. 재회 장면을 두 사람 중 누군가의 상상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김석주와 이지유 외에도 ‘김연수’ 역은 금조 김서별 오수현이, ‘황지훈’ 역은 지진석 염건우 박도욱이 맡고 있다. 2인극이지만 출연배우가 많은 만큼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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