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인터뷰] “은퇴 지금도 실감 안 나, 항저우AG 함께하지 못한다니 이상해”

입력 2021-09-06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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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AG)에서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배구여제’ 김연경(33·상하이)은 2020도쿄올림픽을 통해 국내 최고의 스포츠스타 중 한 명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2012런던올림픽 이후 9년만의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끈 기량뿐 아니라 주장으로서 동료 한 명 한 명을 살뜰히 챙기는 리더십으로도 주목받았다.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그의 진심은 여전했다. 김연경은 6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도쿄올림픽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여자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국가대표팀 은퇴를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대표팀 은퇴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항상 고민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가 끝나고 은퇴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다. 부상도 많아졌고, 해외리그 일정은 겨울과 봄, 대표팀 일정은 여름과 가을에 소화하다 보니 1년 내내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돌면서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고 실감나지 않는다. 내년 AG에서 선수들과 함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나이도 마냥 어린 게 아니기에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고, 협회에 의사를 전달했다.”


-은퇴와 관련해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어떤 얘기를 해줬나.

“감독님이 ‘선수들은 항상 마음이 바뀐다. 은퇴를 생각하면서도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1주일에 한 번씩 의사를 물어봤다. 또 ‘네가 좋은 선수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큰 감동을 느꼈다.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사진 | 김연경 인스타그램



-대표팀의 차기 주전 레프트로 정지윤(현대건설)을 지목했다.

“(정지윤이)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다. 소속팀 사정상 센터로 뛰는 시간이 많았지만,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님께서 ‘시간이 있으면 정지윤을 레프트로 쓰고 싶다. 앞으로 미래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정지윤은 잠재력이 있고, 파워풀한 공격까지 가능하다. 물론 레프트는 리시브까지 잘해야 하기에 쉽진 않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1도 시작하지 않았다. 10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힘들겠지만, 많은 노력을 통해 꼭 이겨내길 바란다.”


-중국행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행선지를 정할 때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유럽 쪽으로 다시 갈지도 고민했는데, 중국에서 제안이 왔을 때 2개월 가량의 짧은 시즌을 소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짧은 일정을 소화하고 피로를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겨울에 유럽이적시장이 열리면 또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을 수 있는 등 모든 조건을 보고 중국행을 결정했다.”

김연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특별히 뛰어보고 싶은 리그가 있는가.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새로 생긴 미국리그와 얘기가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최우수선수) 조던 라슨에게도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뛰고 나서 미국에서 뛸 생각이 있느냐’고 묻더라. 유럽과도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내가 확실히 결정한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말씀을 드리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이탈리아리그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 번쯤은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일단 중국에서 한 시즌을 충실히 소화하고 결정하려 한다.”


-올림픽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조별리그) 한·일전이었다. 5세트 12-14에서 역전승(4연속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도쿄에 계셨던 분들도 같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향후 목표는.

“은퇴 얘기를 하니까 다들 내가 아예 은퇴하는 줄 안다. 대표팀만 쉬는 것이다. 앞으로도 최고의 기량을 계속 유지하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연경이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여자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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