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주원(왼쪽)이 첫 홈런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류진욱의 첫 승 기념구. 둘 모두 이동욱 감독의 축하 문구를 적기 위해 징계 복귀만을 기다려왔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9월 1일 인천 SSG 랜더스전부터 10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까지 자리를 비웠다. 7월초 원정숙소 방역지침 위반 관련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을 스스로 물었고, 10경기 자체징계를 받았다. 이 감독이 없이 강인권 수석코치 체제로 치른 10경기. 여전히 NC의 야구는 돌아갔다. 그 사이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데뷔 첫 홈런과 첫 승이 쏟아진 것.
류진욱(25)은 5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 2.1이닝 무실점으로 입단 7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으며, 올해 입단한 고졸신인 김주원(19)은 7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서 첫 홈런을 맛봤다. 이튿날인 8일 창원 한화전서는 외야수 김기환(26)이 입단 7년만의 첫 아치를 그렸다. 셋 모두 기념구를 챙겼는데, 이동욱 감독이 직접 문구를 적어주길 바랐다. 이 감독은 자체징계 해제 후 류진욱에게 ‘거침없이 던져라’, 김주원에게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어라’는 글귀를 적었다. 김기환은 아직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감독실을 찾아가지 못했다고.
이 감독은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되게 중요하다. 첫 시작 아닌가. 나무가 자라기 위해선 땅에 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린다. 농부의 마음이다. 추석, 추수감사절처럼 가을이 되면 수확이 하나씩 올라온다. 선수들의 첫 수확물인데, 대풍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어 “야구의 2군을 ‘팜(farm·농장)’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팜이 기름져야 성적도 꾸준히 낼 수 있다. 첫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바람직하다. 더 자랄 나무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큼지막한 기둥들이 떨어져나갔음에도 여전히 NC의 토양은 비옥하다. 유망주들은 조금씩 싹을 움트고 있다. 그들의 대풍을 기원하는 ‘농부’ 이 감독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