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류준열과 모텔 담화…찰나의 감정 열연 (‘인간실격’)

입력 2021-09-26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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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미세한 감정까지 조절하는 열연을 보여줬다.

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 박홍수, 극본 김지혜)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지난 25일 방송된 ‘인간실격’ 7회에서 전도연은 강재(류준열)와 처절하게 내면의 감정을 부딪친 모텔 만남에 이어 다시 한 번 운명처럼 마주한 ‘옥상 만남’까지, 덤덤하게 더 시큰한, 농도 짙은 연기로 안방극장을 휘감았다.

극 중 부정(전도연)은 강재가 예약한 모텔방에 먼저 도착, 들어오던 강재를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어 화장실로 들어간 부정은 어색하게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묘한 기분을 드러냈다. 부정은 괜스레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텀벙거리고, 수건으로 화장실 거울과 세면기까지 닦아내는 등 한참을 화장실에서 머무르다 밖으로 나왔고, 냉장고에서 토마토주스를 꺼내던 강재를 보자 잠시 선 채 눈길을 멈췄다.

그리고 부정은 토마토주스의 유통기한이 일주일이나 지났다는 강재에게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자신의 핸드백을 열어 귤을 건넨 후 자신 또한 귤을 까먹으면서도 강재와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강재는 “뭐 하고 싶어서 불렀어요?”라고 질문을 던졌고, 부정은 덤덤히 “그냥 앉아있고 싶었어요. 집이 아닌 곳에서...”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 가족이 아닌 누구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요”라고 덧붙였다. 부정은 “아무 말도 안 해도 되고,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되고,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그런 그냥 아무 의심도, 기대도 없는 그런 사람하고”라며 “같이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누워있고 싶다. 그런 생각”이라고 마음 속 생각을 조심스레 툭툭 옮겨냈다.

부정은 “누울래요?”라며 침대에 먼저 풀썩 누워버린 강재를 보다 망설임 끝에 강재를 등지고 침대에 몸을 뉘였고, 왜 귤을 가지고 나왔냐는 강재에게 “너무 오랜만에 약속을 나오는 거라 뭘 가지고 나와야 좋을지 몰라서...식탁 위에 있길래”라고 얼버무렸다. 부정은 “소풍 가는 마음으로 왔구나”라는 강재의 말에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소풍은 아니고 그냥 사라지고 싶은 마음으로 왔어요”라고 괴로운 심정을 애써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부정은 막상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좋았다며 “왜 귤 같은 걸 갖고 왔지 그랬는데. 귤이 달았어요. 맞지도 않는 구두는 왜 신고 왔을까 했는데, 벗으니까 편했어요”라며 강재와의 만남을 위해 설렘과 떨림을 느꼈던, 극과 극을 오간 감정의 변화들을 줄줄이 설명했다. 부정은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같이 죽을래요?”라는 강재의 말에 몸을 설핏 움직였지만, “삼십 분만 누워 있다가 갈게요. 혹시 잠들면 먼저가요”라고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부정은 일어난 강재가 먼저 나가자 가만히 눈을 뜨고는 강재가 누워있던 자리를 공허하게 바라보다, 강재가 만지작거리던 토마토주스 병을 들고 아버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아버지 집 앞에서 강재의 집 쪽을 보며 작은 숨을 몰아쉰 부정은 이전 강재와 만났던 옥상으로 향했고, 옥상 안쪽에서 낮게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끌려 발길을 옮겼다. 부정이 서서히 다가가던 그때, 인기척을 느낀 듯 강재가 돌아봤고, 또 한 번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이 애잔함을 배가시켰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처음으로 마음을 공감하게 된, 강재와의 만남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시시각각으로 녹여내며 보는 이들의 감정선을 움직였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 제공= JTBC ‘인간실격’ 방송분 캡처]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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