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손자를 한국 최고로 키운 할아버지께, 키움 이정후다운 인사 [고척 MVP]

입력 2021-10-12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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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 3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광주 원정 때면 할아버지 댁에 종종 찾아가 집 밥을 먹으며 힘을 받아오던 손자. 조부상으로 상심이 컸음에도 발인을 마무리하기 전 팀에 합류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그렇게 슬픔을 뒤로한 채 돌아온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1승 이상의 값진 승리에 앞장섰다.

키움은 12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서 13-2로 승리했다. 이날 전까지 키움과 NC, SSG 랜더스는 나란히 5할 승률을 기록하며 공동 5위 그룹을 형성 중이었다. 너무도 중요했던 3연전의 첫 단추를 깔끔히 끼웠다.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는 7이닝 4안타 3볼넷 5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5승(7패)째를 기록,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다승 선두를 유지했다.

타선이 장단 13안타 12볼넷으로 폭발한 가운데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이정후가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가장 빛났다. 아울러 타율도 0.357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키움 요키시와 NC 드류 루친스키가 맞붙는 만큼 선취점을 비롯한 경기 초반 흐름이 중요했다. NC가 먼저 2점을 뽑아 분위기를 잡는 듯했지만, 1회말 2사 후 이정후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정후는 후속 박병호의 2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며 추격을 알렸다. 1-2로 뒤진 3회말 1사 1·2루에서는 우전 안타로 동점 적시타까지 만들었다. 4-2로 앞선 4회말 2사 1·3루 찬스에서도 좌전 안타로 쐐기점을 올렸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하루였다.

개인적인 슬픔을 딛고 만든 결과다. 이정후는 9일 밤 조부상의 슬픔을 겪었다. 키움이 9일부터 사흘간 경기 일정이 없었지만, 발인이 12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이날 경기 출장은 쉽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발인까지 마무리하고 올 줄 알았는데, 전날(11일) 훈련에도 참여했다. 부친(이종범 LG 코치)께서 ‘신경 쓰지 말고 게임에 집중하라’고 강력하게 얘기하시며 올려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경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슬픔을 달랬다.

이정후는 과거 인터뷰에서 “광주 원정을 가면 할아버지 댁에서 밥도 먹곤 한다”며 조부모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아왔다. 아들 이종범과 손자 이정후가 한국야구 대표스타로 자리매김한 데, 묵묵한 헌신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을 터. 이정후는 하늘에서도 자신을 응원하고 있을 할아버지에게, 가장 이정후다운 방식으로 마음을 담아 인사를 전했다. 그 진심은 돔구장 천장에도 가려지지 않고 오롯이 전달됐을 듯하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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