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마스터 키’ 황인범, 그 때 그 시절 기성용의 향기가

입력 2021-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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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스포츠동아DB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확실한 엔진이 장착됐다. ‘신(新) 마스터 키’ 황인범(25·루빈 카잔)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이란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라크(0-0 무)~레바논(1-0 승)과 대결한 9월, 시리아(2-1 승·이상 홈)~이란(1-1 무·원정)으로 이어진 10월 최종예선 시리즈의 결과는 1승1무로 같았지만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은 ‘절반의 성공’이었다면 이번에는 ‘최선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황인범이 있었다. 시리아전과 이란전에서 1골씩을 터트린 주장 손흥민(29·토트넘)이 주연이었다면, 영리한 플레이와 강한 에너지로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빈 황인범은 동갑내기 중앙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와 함께 최고의 조연이었다.


공수조율은 완벽에 가까웠고, 킬 패스는 출중했다. 시리아전에선 후반 3분 묵직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려 한국의 최종예선 2번째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이 득점은 그가 26번째 A매치에서 뽑은 4번째 골로, 2019년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 결승골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느낀 골 맛이었다.

황인범. 스포츠동아DB


시리아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 벤투 감독과 동석한 황인범은 “내가 계속 중용되는 걸 불편해하는 분들을 설득하려면 직접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는데, 스스로 입증했다.


이란 원정에서도 황인범은 돋보였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뛰는 첫 경험이었음에도 주눅 들지 않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수비를 보호하는 3선부터 다양한 루트의 찬스 창출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자원으로, 때로는 해결사로 나서는 등 과거 기성용(32·FC서울)의 역할을 고스란히 해냈다. 남다른 피지컬과 강철 체력을 갖춘 이란이 우리가 지친 시점임에도 전진을 망설인 데도 황인범의 영향이 컸다.


그래도 황인범은 만족하지 않는다. “이기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던 그는 “9월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수비에 전념하는 상대 진영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많은 의견을 나눴고 잘 대응했다. 결정력을 다듬고 정교함을 가미하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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