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간 뮤지컬 안무의 대가’ 강옥순 교수 [인터뷰]

입력 2021-10-17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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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금발이 너무해’, ‘젊음의 행진’ 등 뮤지컬 안무의 대가
-“학생들에게 필드 경험 기회 제공”… 고민 끝에 학과장직 맡아
-K-컬쳐 융복합시스템으로 한류콘텐츠 문화 인재 키울 것
한 분야의 대가, 달인에게 직접 배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적어도 이 학교의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곧 손에 쥘 수 있을 듯하다. 한국 뮤지컬 연출가 겸 안무감독 강옥순씨가 신안산대학이 내년에 신설하는 실용댄스과의 학과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강옥순 교수의 이름은 국내 공연계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강 교수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의 마지막 짝꿍 출신이다. 이후 안무감독으로 맹활약하며 방송뿐만 아니라 ‘난타’, ‘대장금’, ‘금발이 너무해’, ‘젊음의 행진’, ‘위윌락유’ 등의 뮤지컬 안무를 담당했고, 제2회 뮤지컬어워즈 안무상을 받았다.

강 교수의 행보는 스크린에서 무대로, 다시 그라운드로 이어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6년 로타리세계대회로 최고 공로상을, 2018년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던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쇼와 CTS 코리아퍼레이드 등 대형 이벤트에서 안무를 진두지휘했다.

올해는 10월 14일 막을 내린 102회 전국체전과 전국장애인체전의 총안무감독을 맡았으며 ‘나훈아 콘서트’, 국립오폐라단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부산롯데월드 그랜드오픈을 준비 중이다.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강 교수는 내년부터 댄스 새내기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강 교수에게 신안산대학 실용댄스과에 부임하게 된 소감과 계획을 들어 보았다.

- 국내 최고의 안무감독, 안무가, 연출가로 활동해 오다 이번에 신안산대 학과장을 맡게 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안산대학 학과장이며, 뮤지컬 안무가인 강옥순 감독입니다!(웃음). 제가 책임감이 강한 스타일이라 늘 해오던 일이었는데도 학과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 때문에 좀 힘들기도 하고, 책임감이 더 막중해집니다. 하지만 뮤지컬처럼 학교를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려 합니다.”


- 뮤지컬 안무계의 대가에게 직접 배우게 된다니 학생들도 기대가 클 것 같네요.

“학생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고, 재미있게 놀다보면 어느새 성장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꿈꾸던 무언가를 이루고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 제가 학생들의 조력자가 되어주려 합니다. 방송, 뮤지컬, 메가이벤트 경력 30년, 학교강의 10년의 노하우를 대학에서 쏟아 부을 겁니다. K-컬쳐 한류콘텐츠의 새로운 바람을 준비 중입니다.”


- 실용댄스과는 내년에 신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용댄스’라는 용어가 낯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실용댄스는 어떠한 춤이며, 어떤 것을 가르치시는 건가요.

“MZ세대에게는 실용댄스가 많이 알려져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예술적인 목적을 떠나 대중을 즐겁게 하거나 대중이 즐겨 추는 춤을 말합니다. 신안산대학 실용댄스과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개설과는 K-컬쳐 융복합 제작실습 외에도 케이팝댄스, 코레오댄스. 스트릿댄스(힙합, 와킹, 하우스, 컬리쉬 등), 재즈댄스, 현대무용, 음악편집과 영상편집 등을 익히게 됩니다. 댄스크리에이터 등 MZ세대에 맞춰 편집에서 창업까지 실기중심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지식과 트렌드 그리고 열정을 가르치는 실용댄스과가 될 겁니다.”


- 실용댄스 전공자들은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하게 되는지요. 또 미래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뮤지컬, 이벤트 등 공연 및 광고, 영화, 각종 음악 프로그램 방송의 전문 댄서나 안무가, 기획자, 방송안무팀, 스트릿댄스 크루, 이벤트 댄스팀이나 무용단 단원, 엔터테인먼트 전속 댄서 및 안무가, 유투브 댄스크리에이터, 댄스학원강사 및 댄스아카데미 운영 등이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의 모든 대중예술은 진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시장의 파급력만큼이나 가능성이 어마어마하죠.

특히 요즘 글로벌시장에서 BTS나 블랙핑크를 보면 아시겠지만 케이팝, 케이댄스의 글로벌 상품적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이 속에서 우리 MZ세대들이 실용댄스를 통해 성장할 길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교수 초빙 제안을 받으셨던 상황이 궁금합니다.

“사실 그 동안 대학으로부터 여러 번 제안은 있었는데 현업종사자로서 자유롭게 작품을 하고 싶었기에 고민을 했습니다. 신안산대학의 경우 총장님과 많은 분들의 배려로 현업과 학과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 되었죠. 제가 현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필드 경험상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졸업 후의 진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드리게 되었습니다.”



- 워낙 바쁘신 일정을 소화하는 분으로 유명하신데요.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지금까지 해 오신 활동을 병행하게 되시는군요.

“네. 102회 구미 전국체전과 나훈아콘서트, 국립오폐라단의 ‘삼손과 데릴라’를 준비했고요. 내년에도 익산 유기농엑스포와 SBS슈퍼모델 안무가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전국체전이나 엑스포같은 대형행사는 많은 댄서들을 필요로 하거든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서 무대라는 필드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키우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니 병행도 가능하더라고요(웃음).”


- “실용댄스과를 함께 신나게 놀고, 꿈을 키워나갈 즐거운 놀이터로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인 학과 같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면 좋을까요.

“실용댄스과에서는 단순히 춤을 잘 추는 춤꾼이 아닌, 함께 꿈을 만들어 갈 인재를 키워나가는 곳이기에 춤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지원이 가능합니다. 실기시험은 자신의 끼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2분 내외의 안무작품으로, 창작안무민이 아닌 커버댄스도 가능합니다. 기자님 오신다면 특채를 생각해 볼 게요. 열정의 막춤도 가능합니다. 하하!”




- 춤은 노래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사람들이 잘 출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안무를 지도하고 지켜봐 오신 만큼 ‘이런 사람들이 춤을 잘 추더라’하는 ‘사람 보는 기준’이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으시겠죠.

“물론 있습니다. 공부 잘 한다고 노래 잘하나요? 아이큐 높다고 춤 잘 추나요? 잘 노는 것도 타고 나야 합니다. 머리, 물론 좋아야합니다. 많은 안무를 빠르게 습득하고 창작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게 다른 머리더라고요(웃음).

댄서들은 무대 위에서 혹은 스크린에서 보여줘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신체적인 조건도 매우 중요합니다. 인성까지 겸비한 사람이면 더더욱 좋겠지만요. 그런데 저는 끼를 많이 봅니다. 타고난 끼는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것은 자신 있기에 저는 타고난 끼를 우선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타고난 춤꾼이 아니라면 열정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꿈을 함께 만들어갈 인재들을 선호합니다.”



- 학과, 지도, 커리큘럼의 목표와 목표치가 있을 텐데요. 졸업생들은 어떤 수준의 목표에 도달하게 될까요.




“중·장기 계획들이 있어요. 살짝 공개하자면 이렇습니다.

① 각종대회와 행사에 내보내 수상자를 키우려 합니다.
② 각 장르마다 전담 지도교수를 정해서 졸업 때까지 책임지는 전담교수제를 실시합니다.
③ 졸업 전에 최소 5개 이상의 프로필을 만들어줄 계획입니다.
④ 학교를 자신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다양한 행사들로 정신없게 할 계획입니다. 다른 생각을 못 하게요(웃음)

이렇게 자신들의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장르의 춤을 추면서 지식과 트렌드와 열정을 습득한다면,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댄서크리에이터 혹은 창업과 기획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기자님과 마지막으로 인터뷰 했을 때 저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참 빠르죠?

평창올림픽의 안무감독이라는 꿈을 말했고, 이루었습니다. 이제 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실현시키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대학에서 K-컬쳐 융복합 시스템으로 한류콘텐츠 문화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제 씨를 뿌리니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지금처럼 해온다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코로나19로 공연, 행사계가 얼어붙었습니다. 다시 활발해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연계가 서로 협업해 문화계 종사자들이 다시 바빠지고, 웃을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러한 능력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꿈 또한 힘을 다해 도전하려 합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처럼 ‘꿈! 이룰 수 없을지라도’ 이룰 때까지 행복하게,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그때 또 뵙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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