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이정훈 타격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선수시절 악바리로 통했던 이 코치는 KBO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처음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1999년 한화 이글스 1군 타격코치로 팀의 KS 우승을 함께했고, 이후 LG 트윈스 코치와 북일고 감독으로 지도자생활을 이어갔다. 그 경험을 발판 삼아 2017~2018년 한화 스카우트팀장으로 일하며 미래의 스타를 발굴하는 데 힘썼다.
올해 초 2군 타격코치로 부임하며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현역 마지막 해인 1997년(당시 OB) 이후 24년만이다. 2군에서 유망주 육성에 힘을 보태던 그는 8월 23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이 코치의 관록을 믿었다.
이 코치는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정신력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하던 때와 지도방식도 달라졌다. 늘 전면에 나서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이 코치에게 자문을 구하며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대단히 강했다.

두산 이정훈 타격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우연의 일치였을까. 두산은 이 코치가 1군에 올라온 뒤 비행을 시작했다. 8월 23일부터 성적은 32승7무20패(승률 0.615)로 10개 구단 중 1위. 투타 양면에서 밸런스가 잡히면서 경기력이 살아난 측면이 크지만, 이 코치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 코치는 “1999년 한화에서 이희수 감독님 계실 때 우승했고, 1군 지도자 생활이 2006년(당시 LG 1군 타격코치) 이후 15년만”이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시즌 중에 타격폼을 수정할 여유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그래서 선수들에게 멘탈(정신력) 측면에서 힘을 실어주려 했다. ‘승부근성을 보이며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했다. 지도방식도 변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강압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통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식으로 변했다. 나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지 않나.”

두산 이정훈 타격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두산의 KS 제패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선수들의 저력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 의지가 더 강해졌다.
“우리 선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투수들이 막아주고, 타자들은 흐름을 지켜내기 위해 또 하나로 뭉친다. 나도 현역 때 4차례 KS를 경험했다. 처음과 2번째, 2번째와 3번째는 확 다르다. 우리 선수들이 큰 경기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정규시즌과 비교해 집중력이 다르다. 모두가 힘을 모으면 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