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12년 전 어떻게 아시아를 제패했을까? [스토리사커]

입력 2021-11-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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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감독(왼쪽),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2009년 아시아 클럽축구 최강자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끈 포항은 그 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우뚝 섰다.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이 벤치를 지킨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물리친 포항은 1997년·1998년 아시안클럽선수권 2연패에 이어 11년 만에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2002년 8월 출범한 ACL에선 첫 우승이었다.

당시 아시아를 강타한 유행어는 ‘파리아스 매직’이다. 1995년부터 포항 지휘봉을 잡은 파리아스 감독은 진정한 ‘승부사’였다. 상식을 깨트리는 전술 변화와 과감한 선수기용으로 맹위를 떨쳤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가는 더해갔다. 2006년 K리그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이어 2007년엔 6강 PO부터 토너먼트에서 모두 이겨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파리아스 매직’의 시작이었다. 2008년엔 FA컵을 제패했다.

2009년 ACL은 화룡점정이었다. 포항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서 16강전을 홈에서 치렀다. 뉴캐슬 제츠(호주)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 최효진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6-0 대승을 거뒀다. 파리아스 감독의 전술에 극찬이 쏟아졌다.

위기가 찾아온 건 8강전이었다.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강호 분요드코르다. 브라질 출신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과 ‘매직 왼발’ 히바우두가 버틴 팀이었다. 1차전 원정에서 1-3으로 졌다. 결승까지 통틀어 포항의 유일한 패배였다. 하지만 안방에서 4-1로 이기며 극적으로 뒤집었다.

4강에서 움 살랄(카타르)을 물리친 포항은 결승에서 실리축구로 최고봉에 올랐다. 파리아스 감독은 공격축구 신봉자다. 하지만 공격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는 실리를 추구한다. 자칫 한번의 실수로 무너질 수도 있는 결승에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단단히 맞췄다. 특히 측면 오버래핑을 극도로 자제시킨 것이 두드러졌다. 후반 세트피스로만 2골을 만들어낸 건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를 잘 대변해준다. 파리아스 매직의 절정이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 스포츠동아DB


2009년 우승 멤버 중엔 김기동이 있었다. 결승전에 뛰진 않았지만 그는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 김기동이 이제는 포항 사령탑으로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시즌 내내 제대로 된 베스트11을 꾸려보지 못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의 포항은 ‘김기동 매직’으로 버텼다. 김 감독은 ‘선택과 집중’으로 가시밭길을 헤쳐 왔다. 어렵사리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16강(세레소 오사카)과 8강(나고야 그램퍼스)에서 J리그 강호들을 연파했다. ‘원 팀’의 위력은 갈수록 강해졌다. 4강에선 ‘동해안 더비’ 울산 현대를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포항은 24일 오전 1시(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ACL 결승전을 치른다. 12년 만에 서는 결승 무대다. 경기장엔 5만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해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포항엔 ‘김기동 매직’이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김 감독의 각오가 살아 꿈틀거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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