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연모’ 16회 방송 캡처
11월 30일 ‘연모’(연출 송현욱, 이현석, 극본 한희정) 16회에서는 먼저 정지운(로운)이 혜종(이필모)의 독살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다. 승정원 일기를 살펴보다 혜종을 시해했다는 독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 의학과 약초에 지식이 있는 그는 “승하하신지 하루 반나절만에 옥체가 부풀고 잇몸이 검게 변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조사하던 중, 그 독이 극히 구하기 어려운 ‘소낭초’의 그것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휘에게 승정원 일기가 모두 거짓이라며, 독초가 유통되는 곳을 찾으면 선대왕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다고 전했다.
그 사이, 윤형설(김재철)도 여연의 사병기지로 발빠르게 움직여, 한기재(윤제문)의 무기 거래가 담긴 장부를 찾아냈다. 하지만 호조판서의 비리 적발로 몸을 사리던 한기재가 급파한 정석조(배수빈)에게 덜미를 잡혔다. 때마침 합류한 김가온(최병찬) 덕에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다. 정석조와 사병들에게 쫓기다 낭떠러지까지 내몰려 사면초가에 빠진 윤형설은 죽음을 선택했다. 장부를 가온에게 맡기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게 한 뒤, 빗발치는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낸 것.
정석조는 뒤늦게 “멈추라”고 소리쳤다. 검으로 자웅을 겨루며 동문수학했던 오랜 벗 윤형설의 죽음은 그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때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하늘이 좋다, 석조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을 감은 윤형설을 끌어 안은 정석조는 눈물을 쏟았다. “장부를 가져가진 못한 것 같다. 부호군(윤형설)은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한기재에게 보고하는 그의 눈빛은 허망함으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찢긴 몰골로 장부를 가지고 돌아온 가온을 보며 휘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시로 만든 윤형설의 봉분을 돌아본 후, 지운에게 “자꾸만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내가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안개가 걷히긴 할지 모르겠다”는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것. 지운은 그런 휘를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향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젠가 닿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던 두 사람을 위협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자결한 줄 알았던 창운군(김서하)이었다. “세자를 무너뜨릴 패가 있다”는 원산군(김택)의 계획 하에, 그는 자신이 죽은 걸로 꾸미고 유서를 남겨 휘를 패륜으로 몰았던 것. 그렇게 숨어 지내던 창운군을 원산군이 다시 불러들였다. 태실 일을 맡으라는 명목 하에 지방으로 좌천된 그는 사고로 깨진 휘의 태함에서 두 개가 꼬인 태를 발견했다. 그리고 창운군에게 휘가 태어나던 해, 산실청이 피바다가 됐던 사건을 상기시키며, 쌍생의 비밀과 함께 휘가 여자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는 듯 비릿한 얼굴에 복면을 쓴 창운군이 휘를 급습, 옷고름을 베어냈다. 여자인지 확인해보려는 속셈이었다. 옷이 풀리고 가슴끈이 보일 뻔한 찰나, 지운이 휘를 감싸 안으며 검을 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그때, 맹수 같은 눈빛으로 창운군 무리를 제압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정석조였다. 휘와 지운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가 윤형설의 죽음을 계기로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는지, 궁금증이 폭발한 엔딩이었다.
‘연모’는 매주 월, 화, 밤 9시3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