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어사와 조이'(극본 이재윤 연출 유종선 남성우 정여진 )에서는 마침내 태서의 백귀령 광산을 찾아낸 이언(옥택연 분) 일행과 이복형 도수(최태환 분)로 인해 아버지 박승(정보석 분)의 본심을 알게 된 태서(이재균 분) 각성이 그려졌다.
이날 태서가 은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도수는 볼모로 잡은 비령(채원빈)을 앞세워 백귀령에 들이닥쳤고 동시에 태서는 비령을 찾고 있던 이언과 칼을 겨누게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은광을 누군가에게도 넘겨줄 수 없었던 태서는 미리 설치해둔 폭약을 터뜨렸고 이로 인해 이언은 광산에 매몰됐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태서를 향해 도수는 "우리 집안 등에 없고 번 돈으로 뒷주머니를 찼으니 (광산도)내 것이다. 아버지가 네 것 다 내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네 목숨도 내 것이다. 아버지가 너 죽이래"라고 도발했다.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음지에서 악인으로 살아온 태서는 분노와 모멸감에 망연자실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안은 채 박승을 찾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와 모욕뿐이었다. 태서는 거짓 회유에 이어 막말을 퍼붓는 박승에게 "아버님께 언제나 충실했지만 끝내 인정받지 못한 건 소자가 부덕한 탓이겠거니 스스로 원망했다. 더이상 제가 무엇을 더 해드려야 하냐"며 제풀에 휘청거리는 박승을 안은 뒤 절을 올리며 "존체 강녕하시라"고 자리를 떠났다. 자신을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일 뒤에 놓고 살아왔던 태서가 각정한 것.
이재균은 삶의 전부이자 자신의 악행의 명분이었던 아버지의 인정이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태서의 감정 변화를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분노에서 허망함, 그리고 각성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섬세한 눈빛 연기로 그려내며 대체 불가한 배우임을 입증해냈다.
태서 캐릭터의 서사를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한 이재균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역대급 빌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유쾌한 분위기의 극과 재기 발랄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축을 단단히 잡는 이재균은 이날 박승을 연기하는 정보석과의 감정신을 통해 자신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