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이대성(왼쪽), 강을준 감독. 스포츠동아DB
야생마는 마음껏 달리고 싶다. 그러나 때로는 속도를 줄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와 함께 하는 감독의 의중이다. 고양 오리온 이대성(31)과 강을준 감독(56)의 얘기다. 그렇다고 불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은 다르지만, 한 곳을 향해 함께 달리고 있다.
오리온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11승8패로 3위에 올라있다. 선두권과 다소 격차가 있지만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대성의 활약상도 좋다. 18경기에서 평균 16.3점·2.7리바운드·4.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12월 들어 치른 4경기에선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이 3승1패를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대성과 강 감독의 ‘밀당’은 이어지고 있다. 2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하나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오리온이 6점차로 뒤진 경기 종료 1분여 전 강 감독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두루 주문을 한 뒤 코트로 나서려던 상황. 강 감독은 이대성과 이승현을 다른 선수들과 교체했다. 코트로 들어가려던 이대성은 벤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를 놓고 팬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데 둘을 동시에 뺀 강 감독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었다. 일종의 ‘길들이기’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8일 오리온-창원 LG전에서도 강 감독은 이대성을 수차례 불러 세웠다. 교체를 지시한 뒤 벤치로 나오는 이대성과 3차례 정도 따로 대화를 나눴다. 작전타임을 부른 뒤에도 이대성과 별도로 얘기하기도 했다. 3대1 속공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다 실패한 직후에는 바로 지적하는 듯했다. 이대성은 강 감독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강 감독이 원하는 바는 간단하다. 야생마처럼 저돌적 플레이도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정제되고 간결하게 경기를 풀어가길 바란다. 그러나 이대성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플레이해야 장점이 드러나는 성향이다. 두 시즌째 동행하는 강 감독과 이대성이 여전히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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