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시즌1도 득점 순서 조작…제작진 징계·교체

입력 2021-12-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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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최근 방송뿐만 아니라 시즌1에서도 조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모델팀 ‘FC구척장신’과 가수·방송인팀 ‘FC원더우먼’의 경기 장면. 사진|SBS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조작 후폭풍…29일 결방

끊이지 않는 예능 ‘악마의 편집’
진심 다해 뛴 출연자들만 피해
MBC ‘방과후설렘’도 편집 비판
평론가 “재미보다 진정성 중요”
SBS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 시합의 중간 스코어를 조작해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시즌1에서도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안일했다”는 제작진의 사과에도 비판이 줄어들지 않자, SBS는 27일 책임프로듀서와 연출자에 대한 교체 및 징계 절차를 내리는 등 ‘초강수’를 두며 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부 예능프로그램이 ‘재미만능주의’를 표방한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가에서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벌어지지 않은 일을 편집으로 연출하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골때녀’ 애꿎은 출연자만 피해

이날 SBS는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했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6월16일부터 10월6일까지 방송한 시즌1에서도 편집을 통해 득점 순서를 바꾼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SBS는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심기일전하기 위해 29일 방송은 결방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사가 “출연진의 진심을 잊지 않겠다”며 재차 사과했지만, 출연자와 시청자의 불신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27일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개인 SNS에 방송 관련 문의와 비판을 쏟아내 다들 난감했다”면서 “모두가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연습했는데 씁쓸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출연자는 혼란 속에서도 남은 연습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로 했다.


● “예능 편집? 소재에 따라”

최근 ‘방과후설렘’도 편집 논란을 빚었다. 방송에서 심사위원인 소녀시대의 유리가 외모만 보고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를 무리하게 합격시킨 것처럼 그려 문제가 커졌다. 유리를 향한 비판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편집된 영상들을 추가 공개하며 “편집 과정에서 전체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10월 종영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방송 초반 출연자간 대결 구도를 강조하려다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이후 출연자들의 ‘리스펙’(존중)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에도 각종 경연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편집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더욱 커진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예능프로그램의 목적에 맞게 재미를 위한 편집은 일부분 필요하다”면서도 “소재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골때녀’가 인기를 끈 이유는 축구 리그를 표방해 진정성 있는 승부를 그려왔기 때문인데 제작진이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덕현 평론가 또한 “오디션, 스포츠, 관찰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은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면서 “해당 소재를 다룬다면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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