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78세 ‘깐부’ 할아버지의 기적

입력 2022-01-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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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의 ‘철옹성’을 마침내 뚫었다. 10일(한국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맛봤다. 동아일보 DB

‘오징어게임’ 오영수, 한국배우 첫 美 골든글로브 TV 남우조연상 수상

1. 컬킨·크루덥 등 쟁쟁한 스타들 제쳐
2. 보수적인 美 골든글로브 장벽 허물어
3. ‘기생충’‘미나리’도 이루지 못한 성과
4. 한국 배우들 주연상 도전 발판 마련
“이제는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더 이상 ‘케이(K) 콘텐츠’가 넘어서지 못할 벽은 없다. 배우 오영수(오세강·78)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10일(한국시각)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미국 최고의 영화·방송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앞서 세계무대의 중심을 향해 한 단계씩 올라온 한국 콘텐츠가 새 역사를 쓴 순간이기도 하다. 오영수는 2019년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기생충’과 영화 ‘미나리’로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75)도 끝내 넘지 못한 골든글로브의 문턱을 넘었다. ‘오징어게임’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2개 부문 수상은 불발됐다.


●“철옹성 뚫은 ‘오징어게임’의 힘”

오영수는 이날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또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456억원 상금을 따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징어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았다. 주인공 이정재와 함께 ‘깐부’(친구)를 맺고, 삶의 지혜를 발휘해 생존해나가는 캐릭터로 주목 받았다.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 ‘오징어게임’의 영향력이 오영수의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극히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통하는 골든글로브가 “아시아국가에 문호를 개방한 의미도 더했다”고 평가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앞서 ‘기생충’ ‘미나리’ 등이 해외 시상식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흐름을 이어간 결과”라면서 “골든글로브의 철옹성도 깨지면서 다음 세대 배우들이 주연상 수상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도 “윤여정에 이어 오영수까지 70대 배우들이 그간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축적해 이끌어낸 성과”라면서 “한국어 작품에 대한 세계의 장벽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재도 “함께 해 영광”


축하 행렬이 이어졌다. ‘오징어게임’에서 오영수와 호흡을 맞춘 주인공 이정재는 이날 SNS에 “선생님과 함께 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깐부’로부터”라는 글과 ‘오징어게임’을 촬영하고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게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넘어 세계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며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었지만, 우리의 자부심과 위상을 드높인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오징어게임’ 제작진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이정재 배우께도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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