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급’ 대륙의 역대급 텃세와 편파판정, 결국 한국이 당했다 [강산 기자의 베이징 리포트]

입력 2022-02-07 22:2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황대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황대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야말로 역대급 텃세와 편파판정이 지배하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이다. 이쯤 되면 ‘승부조작급’이라는 평가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한국쇼트트랙이 또 고배를 마셨다. 납득할 수 없는 편파판정이 한국 선수들을 울렸다. 7일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희생양이 됐다. 중국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편파판정과 대륙의 텃세는 그 스케일마저 실로 엄청나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선 첫날(5일) 2000m 혼성계주 때부터 편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당시 중국이 준결선 2조에서 배턴 터치 없이 2바퀴를 질주하고도 실격당하지 않고 결선에 올라 금메달까지 따낸 것이 시작이었다. 우리 쇼트트랙대표팀 최고참 곽윤기(고양시청)는 이를 두고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금메달이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인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여자 500m와 남자 1000m 메달 레이스가 펼쳐진 7일에도 편파판정은 계속됐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큰 틀에서 황대헌과 이준서의 실격으로 중국 선수 2명(리원룽, 우다징)이 구제된 것만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던 곽윤기의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한국은 황대헌, 이준서와 박장혁(스포츠토토)까지 3명이 남자 1000m 준준결선을 통과했다. 박장혁은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의 페널티에 따른 어드밴스로 준결선에 올랐지만, 넘어지는 과정에서 왼쪽 손가락 위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준결선은 기권했다. 결국 황대헌은 준결선 1조에서 런즈웨이와 리원룽, 2명의 중국 선수를 뚫어야 했다. 중국의 텃세와 편파판정, 반칙성 플레이의 리스크를 모두 떠안고 싸워야 했다.

황대헌의 경기력은 최고조였다. 3위로 출발했지만 4바퀴를 남기고 과감한 인코스 추월로 선두를 꿰찼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판독 결과 진로 변경이 늦었다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페널티를 받았다. 3위로 골인한 리원룽이 어부지리로 결선에 올랐다.

준결선 2조의 이준서는 레이스 막판 2위로 달리다 뒤를 따르던 샤오앙 리우(헝가리)와 충돌했고, 무리하게 레인을 변경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다.

여자 500m 준준결선에 나선 최민정(성남시청)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탈락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이 우리 쇼트트랙대표팀을 강타했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도 미뤄졌다. 반면 중국은 남자 1000m 결선에서도 편파판정을 등에 업고 금, 은메달을 휩쓸었다. ‘중국체전’을 방불케 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이다

앞으로도 쇼트트랙에는 6개의 종목이 더 남아있다. 여자 1000m, 1500m, 3000m 계주와 남자 500m, 1500m, 5000m 계주다. 중국의 텃세와 편파판정은 멈추지 않을 듯하다. 선수들이 그토록 외쳤던 접촉조차 없는 ‘압도적 경기’ 외에는 금메달을 가져올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