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광혁이 김기동 감독에게 장문의 편지 보낸 사연 [스토리사커]

입력 2022-0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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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광혁. 스포츠동아DB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 이광혁(27)은 포항제철고 시절 ‘포항 메시’로 불렸다. 작은 체구(169cm)였지만 빠른 몸놀림과 경기를 읽는 축구지능이 탁월했던 그는 황희찬(울버햄턴)과 호흡을 맞추며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대학교와 연습경기를 해도 이광혁이 돋보였다”고 회상했다.

2014년 우선 지명으로 포항 유니폼을 입은 그는 ‘슈퍼 루키’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축구센스와 스피드는 통했다. K리그 데뷔는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무대도 경험하며 주목을 받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 해 9월 무릎십자인대를 다치며 제동이 걸렸다. 그것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난의 시작이었다. 2014년 9경기, 2015년 19경기, 2016년 12경기를 뛰면서 3년간 단 2골에 그쳤다. 김 감독은 “고교와 프로 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이광혁은 파워, 체력과 함께 몸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상대와 부딪히면 쉽게 쓰러졌고, 근육이나 발목에 부상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을 잡으면 드리블을 할지 패스를 할지 그 타이밍을 잡는 데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항 이광혁.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나마 제대로 한 시즌을 보낸 건 2017년이다. 30경기를 뛰며 1골·6도움으로 제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보다 재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20시즌엔 25경기(1골·4도움)를 뛰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2021시즌을 앞둔 2월 동계훈련에서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이광혁은 포기 하지 않았다. 눈물겨운 재활로 마침내 팀 훈련에 복귀했다.

이번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와 개막전(20일)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광혁을 선발로 쓸지, 아니면 교체 투입할지 고민했다. 결국 선발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맡겼다. 김 감독은 “선발로 나서 힘들면 교체로 빼주면 되지만, 교체로 들어가서 다시 교체 아웃이 되면 선수가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며 선발로 결정한 배경을 들려줬다.

이광혁은 선제 결승골로 연결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후반 9분 교체될 때까지 자신의 복귀를 확실하게 알렸고, 포항이 3-0으로 승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한번 크게 부상을 당하면 재기하기 쉽지 않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데, (이)광혁이가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 스포츠동아DB


경기가 끝난 뒤 이광혁은 김 감독에게 문자로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복귀전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기회를 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김 감독에 따르면, 구구절절이 고마움으로 가득했다. 믿음으로 연결된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이심전심이었다.

부활의 날개를 편 이광혁. 더 이상 부상 없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는 한 시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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