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광혁. 스포츠동아DB
2014년 우선 지명으로 포항 유니폼을 입은 그는 ‘슈퍼 루키’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축구센스와 스피드는 통했다. K리그 데뷔는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무대도 경험하며 주목을 받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 해 9월 무릎십자인대를 다치며 제동이 걸렸다. 그것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난의 시작이었다. 2014년 9경기, 2015년 19경기, 2016년 12경기를 뛰면서 3년간 단 2골에 그쳤다. 김 감독은 “고교와 프로 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이광혁은 파워, 체력과 함께 몸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상대와 부딪히면 쉽게 쓰러졌고, 근육이나 발목에 부상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을 잡으면 드리블을 할지 패스를 할지 그 타이밍을 잡는 데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항 이광혁.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나마 제대로 한 시즌을 보낸 건 2017년이다. 30경기를 뛰며 1골·6도움으로 제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보다 재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20시즌엔 25경기(1골·4도움)를 뛰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2021시즌을 앞둔 2월 동계훈련에서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이광혁은 포기 하지 않았다. 눈물겨운 재활로 마침내 팀 훈련에 복귀했다.
이번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와 개막전(20일)을 앞두고 김 감독은 이광혁을 선발로 쓸지, 아니면 교체 투입할지 고민했다. 결국 선발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맡겼다. 김 감독은 “선발로 나서 힘들면 교체로 빼주면 되지만, 교체로 들어가서 다시 교체 아웃이 되면 선수가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며 선발로 결정한 배경을 들려줬다.
이광혁은 선제 결승골로 연결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후반 9분 교체될 때까지 자신의 복귀를 확실하게 알렸고, 포항이 3-0으로 승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한번 크게 부상을 당하면 재기하기 쉽지 않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데, (이)광혁이가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 스포츠동아DB
경기가 끝난 뒤 이광혁은 김 감독에게 문자로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복귀전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기회를 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김 감독에 따르면, 구구절절이 고마움으로 가득했다. 믿음으로 연결된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이심전심이었다.
부활의 날개를 편 이광혁. 더 이상 부상 없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는 한 시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