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감독 “레오의 포지션 변경은 봄 배구 위한 승부수” [V리그]

입력 2022-03-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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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포지션 변경은 승부수다. 그대로 뒀다면, 올 시즌 희망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V리그 남자부의 핫이슈는 OK금융그룹 레오(32)의 포지션 변경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V리그 역대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에서 라이트로 바꿨다. 석진욱 감독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밝혔다.

사실 시즌 도중에, 그것도 팀의 핵심 선수가 포지션을 바꾼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자칫 적응에 실패할 경우 한 해 농사를 망칠 게 뻔하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영입한 레오의 포지션 변경을 두고 선수는 물론이고 구단 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레오는 2012~2013시즌부터 3시즌을 뛰면서 전성기를 보낸 삼성화재 시절에도 라이트를 한 번도 맡지 않았다. 경험 없는 포지션에 대해 선수가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코치들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렸다.

하지만 석 감독은 밀어붙였다. 포지션 변경 없이는 이번 시즌 희망이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레오가 상대 블로킹 위에서 때리지 못하다보니 번번이 걸렸다. 높이를 맞춰 줘야하는 세터들도 부담이었다. 속공 타이밍도 문제였다”면서 “라이트로 바꾼 것은 우리 팀이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라이트 레오의 데뷔전은 지난달 13일 현대캐피탈과 원정경기였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OK금융그룹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긴 가운데 레오는 52.27%의 공격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을 올렸다. 리시브 부담을 줄이는 대신 공격력에 집중하면서 위력은 더해졌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19일간 중단됐다. 다행히 레오는 라이트 포지션에 적응하는 시간을 벌었다. 그 덕분인지 7일 홈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41점(공격성공률 56.41%)의 맹활약으로 세트스코어 3-2로 이기는데 앞장섰다. 레오의 포지션 변경 이후 OK금융그룹은 2연승을 거둬 상위권과 승점차를 좁히며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다.

석 감독에 따르면, 상대 외국인의 서브 때만 리시브를 돕고 있는 레오도 공격력 집중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석 감독은 “레오가 레프트 있을 때 상대는 3블로커로 마크했다. 하지만 라이트로 가면서 대부분 2블로커였다. 상대 견제가 덜해져 공격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레오가 오른손잡이여서 라이트에서 더 높은 타점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방면에서 석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지난 시즌 5년 만에 치른 봄 배구에서 우리카드에 패해 플레이오프서 탈락했던 OK금융그룹이 승부수로 띄운 레오의 포지션 변경으로 어떤 성적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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