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호수의 여인’은 제니퍼 컵초, 김효주 공동 8위

입력 2022-04-0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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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힐스에서 펼쳐진 51번째이자 마지막 대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는 순간, 대회 상징과도 같은 ‘호수의 여인’ 마지막 영광을 차지한 이는 제니퍼 컵초(미국)였다. 투어 4년 차는 메이저대회에서 데뷔 첫 승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컵초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2년 첫 메이저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61억2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7개를 적어내며 2타를 잃었다. 하지만 나흘간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제시카 코다(미국¤12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75만 달러(9억1000만 원)를 품에 안았다.

3라운까지 2위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에 6타 앞서 여유있게 최종라운드를 맞은 컵초는 2번(파5) 홀에서 첫 버디를 낚았지만 3번(파4) 홀에서 곧바로 1타를 잃는 등 첫 우승을 앞둔 긴장감 탓인지 롤로코스터를 탔다. 그를 위협한 것은 챔피언조에서 함께 플레이한 ‘디펜딩 챔프’ 타와타나낏이 아니라 바로 앞조에서 친 코다였다. 코다는 착실히 3타를 줄였고, 컵초는 17번(파3), 18번(파5) 홀에서 연속보기를 적어내고도 끝까지 리더보드 최상단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자신의 통산 60번째 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LPGA 투어에서 데뷔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따낸 20번째 선수가 됐다.


아마추어 시절 총 34주간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2018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개인전 우승, 2019년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등 화려했던 아마추어 경력과 달리 컵초는 LPGA 투어에 데뷔한 뒤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열린 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6위에 랭크되는 등 그동안 총 11번 톱10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직전 대회에서는 컷 탈락의 아쉬움도 맛봤지만, 미션 힐스를 찾은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특히 약점으로 꼽혔던 퍼트를 보완하며 ‘언더독의 반란’을 연출했다.

우승 후 “엄청난 일을 해 낸 것 같다. 마침내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한 컵초는 동료 선수의 캐디를 맡고 있는 남편, 자신의 캐디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 ‘입수 세리머니’를 펼치며 생애 첫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1972년 창설돼 198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이 대회는 지난해까지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리는 등 여러 차례 대회 명칭이 바뀌었지만 첫 해부터 올해까지 미션 힐스에서만 열렸다. 무엇보다 우승자가 ‘포피스 폰드’라 불리는 연못에 뛰어드는 이벤트로 유명하다. 올해부터 새 후원사가 된 에너지기업 셰브런이 내년부터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대회 장소를 옮기기로 하면서 컵초는 마지막 호수의 여인으로 역사 속에 남게 됐다.


지난해 11년 만에 ‘메이저 무승’의 아쉬움을 맛봤던 한국 여자골프는 2022년 첫 메이저대회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김효주(27)가 합계 8언더파 공동 8위로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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