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두 번에 은퇴까지 고민했던 박철우 “기적 같은 시즌이었다” [인터뷰]

입력 2022-04-05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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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 스포츠동아DB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서 KB손해보험에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실패한 시즌은 아니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이겨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고, 단판으로 치른 준PO에선 우리카드를 물리쳤다. 리그에서 6번 맞붙어 모두 졌던 우리카드여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또 한국전력의 역대 PS 첫 승리였다.

이번 시즌 돌풍은 베테랑의 힘이 컸다. 특히 선봉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박철우(37)가 돋보였다. 외국인 선수 다우디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불렸다. 대부분 교체로 전 경기(36경기)를 뛰었다. 코트에 들어서면 이를 악물었다. 후배들에겐 큰 자극이었다. 팀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 달콤한 결실이 PO 진출이었다. 박철우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기적 같은 시즌이었다”며 웃었다.

박철우는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개막을 앞두고 발목과 심장 쪽에 두 차례 수술을 했다. 고민이 깊었다. 현역 은퇴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뛰기로 했다.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박철우는 “이번 시즌은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다. 선발이든 백업이든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했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에 에너지를 받은 팬들이 많은 것 같다. 용기를 얻었다는 팬들도 있다”며 기뻐했다.

박철우는 V리그가 출범한 2005년부터 뛴 원년 멤버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거치며 전성기를 누렸다. 우승도 해볼 만큼 해봤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박철우를 두고 ‘제3의 전성기’라고 치켜세웠다. 그만큼 이번시즌 활약이 컸다. 이에 박철우는 “모두 감독님 덕분”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감독님이 선수들을 믿어주니깐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하는 분위기가 됐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믿음이 생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우리끼리 ‘감독님과 코치님을 위해서라도 성적을 내자’고 얘기했을 정도”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전력 박철우. 스포츠동아DB


박철우는 한국전력의 달라진 점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그게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 주위에선 기술적으로 강해졌다고 말씀하시지만, 팀 문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런 것들이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박철우의 계약기간은 다음 시즌까지다. 다시 몸을 만들어야한다. 그는 “선수들이 이탈 없이 함께 간다면 다음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2020시즌 7위에서 지난 시즌 5위, 그리고 이번 시즌 준PO 승리로 3위를 차지했다. 박철우는 “딱 2계단씩 올랐는데, 내년엔 우승에 도전할 차례“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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