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면서 던지더라고요” 사령탑 마음에 쏙 든 투지, SSG 불펜 희망 된 서동민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2-07-04 15: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SG 서동민. 스포츠동아DB

“화를 내면서 던지더라고요(웃음).”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50)은 지난달 1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7회말 4-2로 앞선 상황을 서동민(28)에게 맡겼다. 서동민은 선두타자 장성우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후속타자 황재균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선행주자 장성우는 2루에 채 닿지 못했다. 이때 실수가 나왔다. 서동민은 병살타를 노렸다. 그런데 2루에 던진 공이 주자에 맞고 튕겼다. 투수 송구 실책으로 무사 1·3루가 됐다. 서동민은 후속타자 앤서니 알포드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최민준과 바뀌었다. 이후 SSG는 1사 2·3루서 심우준의 희생플라이 후 포수 포구 실책까지 겹쳐 역전을 허용했다. SSG는 4-5로 졌고, 서동민은 패전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이튿날에도 기회를 줬다. 서동민은 3-6으로 지고 있던 7회말 구원등판해 2이닝 2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주무기가 통했다. 투구수 19개 중 17개가 슬라이더였다. 박병호, 알포드, 황재균 등 KT 강타자들이 알고도 치기 어려워했다.

김 감독은 “진 다음날 (서)동민이를 또 내보내봤다. 화를 내면서 던지더라(웃음). 전날 투구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는지 투지가 넘쳤다. 더욱 힘 있게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투지뿐만이 아니다. 서동민은 기술적으로도 1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김 감독은 “슬라이더는 같은 구종이어도 구질이 다르다. 옆으로 휘면 방망이에 걸리는 경우가 잦다. 반면 동민이의 슬라이더는 수직으로 떨어져 대처가 쉽지 않다. 평생 안타 맞지 않는 구종은 없겠지만 확실한 공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직구도 더 자신 있게 던진다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셉션(deception)도 장점이다. 팔이 숨어서 나오는데 스윙도 짧다.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SSG 서동민. 스포츠동아DB


경쟁력은 결과로도 나타났다. 서동민은 5월 31일 1군 엔트리에 든 이후 14경기에 구원등판해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ERA) 1.20, 이닝당 출루허용(WHIP) 0.80을 기록했다. 세부지표도 뛰어나다. 불펜투수를 효율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WPA(승리확률기여합산·스포츠투아이 기준)는 0.68로 팀 불펜투수 중 4위다. 지난달 구원진 ERA 6.29로 최하위에 그친 SSG 불펜에 큰 힘이 됐다. 그간 불펜을 지탱해온 김택형, 서진용의 부담도 줄였다. 서진용은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민은 2014년 입단했다. 1군 첫 승, 첫 홀드를 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야구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나를 모르는 팬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자신 있게 던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팀 우승을 위해 묵묵히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 팬들이 내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