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박지성·손흥민의 금의환향 친선경기 [스토리사커]

입력 2022-07-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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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왼쪽부터).

출세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금의환향’의 원조는 ‘갈색폭격기’ 차범근이다. 1979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그는 1980년 6월 소속팀과 함께 고국을 찾았다. 프랑크푸르트는 1979~198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정상에 올랐고, 주축 공격수 차범근은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 클럽대항전 우승을 경험했다. 가족과 함께 온 차범근은 이마를 가리는 장발에 청색 줄무늬 반팔 티셔츠와 베이지색 탱고 바지 차림으로 귀국했는데, 500여명의 팬들이 김포공항으로 마중 가 ‘차범근 만세’를 외쳤다.

그는 데뷔시즌 리그 12골을 기록하는 등 한 시즌 만에 ‘월드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붉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은 늠름했다. 프랑크푸르트는 국가대표팀 화랑과 3차례, 할렐루야와 1차례 등 총 4경기를 치러 모두 이겼다. 차범근은 오른쪽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출전을 기다린 팬들을 위해 4경기 모두 뛰었고, 화랑과 맞붙은 2차전과 3차전에서 잇달아 골을 넣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축구의 주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였다. 그 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절대 강자였다. 2005년 여름 박지성의 맨유 입단은 한국축구의 일대 사건이었다.

맨유는 박지성이 뛰는 동안 2차례 방한했다. 그는 팀의 2006~2007시즌 EPL 정상 정복에 큰 힘을 보태며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분위기는 2007년 7월 FC서울과 친선경기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클럽을 보기 위해 6만여 관중이 모여들었다. 맨유의 4-0 완승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골·2도움을 올렸고, 웨인 루니와 파트리스 에브라도 득점했다. 맨유 선수들은 축구묘기에 가까운 현란한 기술로 즐거움을 선사했는데, 박지성이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은 옥에 티였다.

2008~2009시즌 우승으로 EPL 3연패에 성공한 맨유는 2009년 여름 다시 내한했다. 맨유는 이미 ‘우리 팀’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했다. A매치에 버금가는 응원전이 펼쳐진 가운데 박지성은 후반 교체로 투입돼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다. 맨유가 또 FC서울을 3-2로 이겼다.

배턴을 이어받은 슈퍼스타는 손흥민(토트넘)이다. 2021~2022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토트넘은 또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을 따냈다. 토트넘이 2022~2023시즌을 앞두고 한국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독일무대에서 뛸 때도 소속팀과 내한한 적이 있지만, 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토트넘이 입국한 10일 인천국제공항은 환영인파로 들끓었다. 손흥민도 깜짝 등장해 동료들을 맞았다. 이튿날 오픈 트레이닝을 진행했는데, 팬들은 TV로만 보던 스타플레이어들을 눈앞에서 보며 한껏 즐겼다.

토트넘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12개 구단에서 2명씩 선발된 ‘팀 K리그’와 맞붙었다.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 앞에서 치른 첫 경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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