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5%p 한번에 인상…물가 잡힐까

입력 2022-07-14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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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가중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 뉴시스

한국은행, 사상 첫 ‘빅스텝’ 단행

6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대비 6% 상승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 계속될 전망”
美연준 자이언트스텝 예고…영향 불가피
영끌·빚투족 등의 대출이자 상환 부담↑
고금리에 대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론 대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서민들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 등 후폭풍이 점쳐진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앞서 4월과 5월 두 회의에서 0.25%p씩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데에는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0% 뛰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물가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물가상승은 이어질 전망이고,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또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이 임박한 것도 빅스텝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이날 빅스텝으로 일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1.5∼1.75%)와의 격차는 상단이 0.5%p 벌어졌다. 하지만 연준이 26,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단행을 예고한 만큼, 이달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 이자 부담 불어날 듯

이런 상황에서 상환능력 이상으로 대출을 끌어다 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 및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이 늘어난 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 등 후폭풍이 점쳐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 시 가계가 부담하는 연간 이자는 약 3조2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자 1인당 더 내야 하는 이자는 연간 약 16만1000원 정도다. 이를 빅스텝에 적용 시 2배의 수치가 나온다.

여기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의 76.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것도 문제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이어온 탓에 대출자들이 굳이 고정금리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된다는 점이고, 시장의 관심은 벌써 8, 10, 11월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금융비용 증가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으로 은행의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서민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11일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자이익이 과도한지 적정한지 문제는 주관적인 이슈로, 일반 국민 시각으로는 이자이익이 과도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85p(0.47%) 오른 2328.6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2.40p(1.65%) 오른 763.18에 거래를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2원 하락한 1306.9원에 마감했다. 이미 증시에 한국은행의 빅스텝이 반영된 상황이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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