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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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한 ‘US 어댑티브 오픈’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승민(25)은 ‘골프계 우영우’로 불린다. 세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음이 발견됐고, 중학교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사회성이 좋아져 고교 시절 발달장애 2급에서 다소 완화된 3급 판정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야외놀이를 즐기며 남다른 운동신경을 자랑하던 그는 안양 신성중, 신성고에서 골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우쳐 나갔다.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 뒤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3차례 프로대회 컷 통과를 기록했다.

1일 경기 안산시 아일랜드CC 더 헤븐 서¤남 코스(파72)에서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LX 챔피언십(총상금 6억 원)에 초청 선수로 참가한 그는 “(US 어댑티브 오픈) 우승을 한 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 행복하다”면서 “경기에 나가 좋은 성적이 나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를 칠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멀리 똑바로 치기 위해 노력한다”며 “우승하고 다음 날 바로 연습장에 제일 먼저 나가는 김주형 선수를 닮고 싶고, 항상 잘 챙겨주시는 박은신 프로를 가장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박지애 씨는 여전히 ‘혹시 동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지만 필드에서만큼은 아들은 장애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씩씩하고, 의젓했다.

말투는 조금 어눌했지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땐 누구보다 진지했고, 진심이 묻어났다. “나처럼 장애가 있지만 운동을 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다른 건 없고 열심히 해서 컷을 통과하고 싶다”고 한 이승민은 1라운드에서 주흥철(41), 문도엽(31)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플레이하면서도 버디 1개, 보기 2개를 적어내며 1오버파로 선전했다. 2라운드 결과에 따라 충분히 컷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성적이다.

어머니 박 씨는 “예전에는 한번 보기를 하면 계속해서 타수를 잃곤 했는데 요즘은 보기를 해도 흔들리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운동선수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이승민은 자신의 꿈을 향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주 바디프랜드 팬텀로보 군산CC 오픈에서 3차 연장 끝에 시즌 첫 승 및 통산 4승을 달성했던 서요섭(26)은 1라운드에서 단 하나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9개를 낚았다. 9언더파 63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 2주 연속 우승을 향한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안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