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는 규정타석을 처음 채운 2004년 홈런 20개를 쳤다. 데뷔한 지 4년 만에 처음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0.248로 정교함은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았으나, 향후 중심타자로 성장할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입증했다. 이대호는 23세가 된 이듬해에도 20홈런을 넘겼다(21개). 타율도 0.266으로 끌어올렸다. OPS(출루율+장타율) 8할(0.805)을 처음 넘긴 것도 이 때다.

기대주가 핵심선수로 도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이다. 이대호는 프로 6년차부터 KBO리그 대표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정교함, 힘 등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시즌 122경기에서 타율 0.336, OPS 0.980, 2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그간 100대 초반에 머물던 조정득점생산(wRC+)도 190대로 껑충 뛰었다. 이대호는 성인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처음 단 2006도하아시안게임부터 줄곧 ‘조선의 4번타자’로 불렸다.

롯데는 이대호 다음을 준비한다. 기대주는 ‘포스트 이대호’로 불리는 한동희(23)다. 그도 입단한 지 어느덧 5년째다. 규정타석을 처음 채운 2020년에는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7개)을 때렸다. 그로부터 3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지난 2년간은 정교함 면에서 기복을 겪기도 했으나, 올 시즌에는 타율 0.313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구단이 중시하는 OPS도 매년 꾸준히 올랐다(0.797→0.807→0.840·이상 5일 현재).

동일 연차로 따질 때 한동희는 이대호에 버금가거나 웃도는 상태다. 클러치 상황에선 다른 베테랑들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3년을 기준을 볼 때 득점권 타율(0.243→0.252→0.274)은 물론 실제 승리확률을 높인 플레이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따지는 승리확률기여합산(WPA·스포츠투아이 기준)은 아직 저조해도 매년 상향곡선을 그렸다. WPA는 계속 음수(-1.01→-0.46→-0.17)에 머물지만, 매년 변수가 따르는 지표다.

이대호는 은퇴시즌에도 건재하다.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출루율, OPS 등 여러 지표에서 팀 내 1위다.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은퇴 번복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이대호는 “한 번 내뱉은 말이니 지켜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내년 6년차가 될 한동희가 6년차 이대호처럼 한 단계 도약한다면 그 아쉬움은 일부 줄어들 수도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