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오원석. 스포츠동아DB

SSG 오원석. 스포츠동아DB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쉬웠다면 다들 그렇게 했겠죠?”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50)은 좌완투수 오원석(21)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왔다. 오원석은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비친 지난해부터 풀타임 선발로 처음 뛴 올해까지 불과 1년 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시즌 전 “(오)원석이는 이제 1년치 데이터를 쌓은 것”이라고 했던 김 감독은 이제 “지난해보다 (기량이) 정말로 좋아졌다”고 제자를 치켜세운다.

요즘 김 감독의 눈에 든 것은 제구다. KBO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오원석은 지난해 9이닝당 볼넷 5.97개를 허용했다. 올해는 3.40개로 줄었다. 아직 팀 내 상위권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성장세에 주목했다. 8월 이후로는 1.82개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구위도 구위지만, 제구가 확실히 개선됐다. 스스로 노력한 게 보였다. 그 덕에 투구수 관리도 수월해 보인다”고 밝혔다.

투구폼을 교정한 결과다. 그간 상체에 쏠려 있던 무게중심을 하체로 이동한 것이다. 많은 지도자가 ‘하체로 던지는 선수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상체 힘을 쓰면 구속은 늘 수 있어도 투구폼이 일정하지 않고 부상 위험도 크다고 본다. 다만 오랜 습관이 단숨에 바꾸긴 쉽지 않다. 김 감독은 “그게 쉬웠다면 다들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투구폼을 교정한 덕에 팔이 앞으로 쏠리지 않아 몸에 맞는 공도 덜 나온다. 폼이 안정되니 견제도 수월해졌고, 전반적 투구 운영에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는 제구는 물론 구속도 잡았다. 오원석은 겨우내 컨디셔닝파트 코치들과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시즌 중 구속저하를 겪지 않으려고 운동 루틴을 만들었다. 체력소진이 심한 혹서기에도 88㎏ 전후로 몸무게를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최고 140㎞대 초반, 평균 130㎞대에 머물던 직구 평균구속이 올해 약 3~4㎞ 증가했다. 김 감독도 빨라진 구속을 구위 향상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이제는 7회에도 자주 등판한다. 5월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데뷔 후 최다인 6.1이닝 투구 이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9차례로, 이 기간 팀 내 2번째로 많다. 김 감독은 “올해 구속이나 제구뿐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전반적으로 성장한 모습이 돋보인다. 간단히 말하면 구속도 빨라졌는데, 스트라이크도 잘 던진다. 원석이가 이제는 볼을 던지는 느낌을 좀 아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