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몸무게 8kg 줄었던 이가영, ‘준우승 전문가’ 꼬리표 떼고 첫 승 ‘쟁취’

입력 2022-10-16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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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챔피언조에서 5차례 경기를 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준우승 1번을 포함해 톱3에 3번 이름을 올렸을 뿐. 올해는 4월 KLPGA 챔피언십과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2주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언제든 우승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 속에서도 매번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뒷심이 부족하다’, ‘준우승 전문’이라는 말도 들었다.
시련은 또 있었다. 올해 전반기에 단 한번의 컷 탈락없이 꾸준히 안정적인 기량을 발휘하다 하반기 첫 대회였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앞두고 덜컥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말았다. 한 주 쉬고 필드에 복귀했지만 후유증 탓에 몸무게가 8kg나 줄며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복귀 후 8개 대회에서 3번이나 컷 통과에 실패하고, 1번은 기권하기도 했다. 지난주 끝난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29위가 최근 8개 대회에서 거둔 최고 순위였다. 급기야 일각에선 “올해도 틀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나도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던 그가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생애 첫 승에 입맞춤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에서 ‘쟁취’한 눈물의 첫 승이었다.


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랐던 투어 4년 차 이가영(23)이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가영은 15일 전북 익산시에 있는 익산CC(파72)에서 열린 ‘2022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15점을 보태 합계 49점으로 44점을 기록한 통산 2승의 주인공 임진희(24)에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을 획득했다. 2018년 11월 ADT 캡스 챔피언십 이후 4차례 준우승 끝에 차지한 첫 우승 트로피다.

이번 대회는 스트로크 방식이 아닌 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 보기 이하 -3점 등 각 홀 성적에 매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펼쳐졌다. 이가영은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나흘 내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첫날 공동 6위, 2라운드 3위, 3라운드 2위에 이어 마지막 날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하는 ‘뒷심’으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3라운드까지 34점으로 선두 임진희(35점)에 1점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이가영은 2번(파5)~3번(파4)~4번(파3) 세 개 홀에서 연속 타수를 줄이는 ‘사이클 버디’로 40점을 마크, 버디 2개를 잡아 39점이 된 경쟁자를 1점 차로 따돌리고 처음 단독 1위로 올라섰다. 5번(파4) 홀에서 임진희가 버디를 잡아 잠시 1위 자리를 다시 내줬지만, 7번(파4) 홀에서 이가영은 이날 4번째 버디에 성공하며 42점으로 단독 1위에 복귀했다. 9번(파4) 홀에서 임진희가 보기를 적어내며 둘 간격은 2점 차로 벌어졌고, 이가영은 10번(파5) 홀에서 버디를 낚아 2점을 보태며 임진희에 4점 차로 달아났다.


기세를 탄 이가영은 11번(파4) 홀에서 120m 남은 거리에서 친 세컨 샷을 홀컵 1.5m 옆에 붙인 뒤 또다시 버디에 성공, 46점으로 올라서며 임진희와 간격을 6점까지 벌렸다. 임진희 가 13번(파3) 홀 버디로 4점 차로 따라붙었지만, 이가영은 위기에 처한 15번(파4) 홀에서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한층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은 건 16번(파3) 홀이었다. 8.5m의 버디 퍼트를 그림처럼 그대로 홀컵에 떨어뜨렸다. 곁에 있던 임진희마저 박수를 보낼 정도의 멋진 버디였고, 이가영보다 짧은 거리에 있던 임진희의 버디 퍼트가 홀컵 바로 앞에서 멈추면서 둘의 격차는 다시 6점 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
이가영은 17번(파5) 홀에서 임진희와 함께 나란히 버디를 잡아 6점 차 간격을 유지한 뒤 18번(파4) 홀에서 세컨 샷이 짧아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지만 마침내 그토록 기다렸던 우승컵과 입맞춤한 뒤 진한 눈물을 흘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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