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기를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후배들과 벨로드롬에서 당당히 맞대결을 펼치는 경륜의 베테랑 선수들. 왼쪽부터 현역 최다
538승의 기록을 가진 홍석한(47세), 3일 광명 우수결승에서 우승한 김영섭(47세), 세종팀의 정신적 지주로 늘 시원한
선행승부를 펼치는 박종현(54세), 경륜 원년 스타인 허은회(57세).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나이는 숫자일뿐”…세월을 거스르는 중년의 베테랑들
47세 홍석한, 현역 최다 ‘538승’
김영섭도 최근 4연승 기량 과시
54세 박종현 시원한 선행 매력
57세 허은회는 ‘살아있는 전설’
프로 선수들에게 절정기를 지난 뒤 은퇴 시기의 결정은 종목을 막론하고 가장 큰 고민이다. 경륜도 정상에서 은퇴한 조호성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최고령 현역으로 트랙을 달리고 있는 허은회가 있다. 47세 홍석한, 현역 최다 ‘538승’
김영섭도 최근 4연승 기량 과시
54세 박종현 시원한 선행 매력
57세 허은회는 ‘살아있는 전설’
현재 79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질주하고 있는 임채빈은 은퇴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정상에서 그만 두기보다 팀 후배들을 밀어줄 수 있는 2, 3진급 선수로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경륜에는 임채빈의 이런 각오를 뒷받침해줄만한 멋진 선배들이 있다. 최절정기는 지났지만 2, 3진급 선수로서 후배들과 당당히 겨루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벨로드롬의 베테랑들이다.
●조호성 맞수였던 홍석한, 여전히 현역
먼저 현재 그랑프리와 같은 올스타전 포함 3연패의 기록을 가진 홍석한(8기 47세 우수급)이 있다. 라이벌 조호성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2008년 정상에서 은퇴했으나 홍석한은 여전히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체력적 한계를 노출하며 2진급 선수로 밀려났지만, 현역 다승 순위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경륜선수 최초 500승 고지에 올랐고 현재 538승을 기록하며 데뷔 22년차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7일 부산에서 젖히기 1착으로 쌍승 566.8배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강자였던 김영섭(8기 47세 우수급)도 9월 30일부터 10월 3일 결승까지 4일 동안 내리 연승을 하며 기량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줄곧 특선급을 유지하다 올 시즌은 우수급에서 활동하고 있고, 초반 부진으로 2진급 선수가 됐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다. 김영섭은 김포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나 젊은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소속 없이 혼자 활동하고 있다. 데뷔 때부터 줄곧 따랐던 슈퍼특선 인치환(17기 39세)의 도움으로 김포팀에서 간간히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3일 광명 우수결승에서 김포팀 윤현준의 선행을 추입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세종팀의 정신적 지주 ‘선행대감’ 박종현(6기 54세 우수급)은 1999년 늦깎이 데뷔했다. 현재 우수 2.5진급으로 평가 받고 있으나 선행전법으로 7월 31일 쌍승 184.8배, 8월 28일 23.4배, 9월 12일 89.9배의 파란을 일으켰다. 최고참이지만 앞 선에서 시원한 선행을 통해 진로를 뚫는 적극적인 모습이 매력인 선수다.
마지막으로 경륜 원년 올스타전 우승후보였던 허은회(1기 57세 선발급)가 있다. 데뷔 29년차로 이제는 3진급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나 9월 11일, 12일, 23일 2착으로 경륜 현역 최고령 입상기록을 경신했다. 매 경기 출전할 때마다 경륜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경륜위너스 박정우 예상부장은 “최고를 꿈꾸는 후배들이 선배를 뛰어넘어 새 아이콘이 됐지만, 후진 양성을 위한 선배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현재는 2, 3진급이 되었지만 세월을 거스른 선배들의 은퇴 없는 열정이 경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