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실종’ 의혹 이란 女 선수 “히잡, 내 부주의로 벗겨져” 해명 글

입력 2022-10-1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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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나즈 레카비,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된 후 지인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 의혹에 휩싸인 이란 여성 선수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 글이 게재됐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인 엘나즈 레카비(33)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18일(현지시간) “모든 이에게 걱정을 끼쳤다”고 사과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전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예상치 못한 때에 암벽을 오르라는 지시가 있었고, 내 부주의로 머리에서 히잡이 벗겨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도 있었다. 아울러 미리 조율된 일정에 따라 팀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BBC페르시안 서비스의 진행자 라나 라힘푸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게시물이 강요에 의해 쓰여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히잡을 쓰지 않은 그가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인공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대회 기간 중 공개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레카비가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에 기반을 둔 BBC 페르시안 서비스는 17일 레카비와 16일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친구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레카비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당국에 의해 실종 된 것’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주한이란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 거짓정보를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운동선수의 안전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며 우리는 이 상황에서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구성원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카비가 이란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테헤란에 도착한 후에도 우리는 레카비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BBC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와 관련해 최소 215명이 당국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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