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김원형 감독.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50)은 전신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2007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처음 경험했다. 프로 데뷔 17년 만에 맛본 우승이었다.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끈 김 감독은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뒤 우승을 함께하지 못한 옛 동료 김기태 현 KT 위즈 퓨처스(2군)팀 감독, 조원우 현 SSG 벤치코치 등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었지만,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진 않았다.
김 감독은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올해 KS 6차전에 앞서 “사실 내가 참 눈물이 없는 편이다. 선수시절 (SK에서) 첫 우승한 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울었지만, 나는 ‘울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절대 아닌데…”라며 2007년 KS 우승 당시를 돌아봤다.
SSG 사령탑에 앉은 지 2년, 이번에는 김 감독의 감정을 올라오게 만든 장면이 나왔다. 7일 벌어진 KS 5차전에서 9회말 대타 김강민의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웃음), 홈런이 나왔을 때 감정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같은 장면을 봐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순 있을 테지만, 울컥하는 느낌이 속 안에서 좀 오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 감정을 전부 다 드러내진 않았다. KS 5차전이 끝난 뒤 김강민과 포옹하려 한 그는 “내일 하시죠”라는 말을 듣고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구나. 1승 더 해야 하는구나. 정신 차리자’며 감정을 억눌렀다. 김 감독은 ‘1승 더 하면 준비해둔 우승 세리머니가 있느냐’는 말에도 “좋은 결과를 낸 뒤 보여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인천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