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가 아프리카축구에 준 울림, 한국처럼 ‘월드컵 키즈’ 탄생?

입력 2022-12-18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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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년 전 한국축구가 그랬듯 아프리카축구도 ‘아틀라스의 사자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꽃을 피울까.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했다. 이전 대회까지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축구변방’ 한국은 ‘본고장’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당시 태극전사들의 질주는 아직까지도 ‘신화’로 남아있다.

4강 신화가 한국축구에 남긴 것은 엄청났다.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물론이고 현재 한국축구를 지탱하는 이들이 꿈을 꾸게 했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의 역대 3번째이자, 12년만의 16강 진출에 앞장선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그 당사자들이다. 포르투갈과 조별리그(H조)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합작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턴), 대표팀의 허리와 수비를 지탱한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김민재(나폴리), 브라질과 16강전에서 만회골을 뽑은 백승호(전북 현대)의 기억 속 첫 번째 월드컵은 20년 전 한·일대회다. 모두 4강 신화를 보고 축구선수로서 꿈을 키웠다.

카타르에서 모로코의 도전은 20년 전 한국축구와 닮은꼴이다. 모로코는 18일(한국시간) 도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만난 크로아티아에 1-2로 져 카타르월드컵을 4위로 마쳤다. 그간 ‘복병’으로 평가받았던 아프리카국가들 가운데 최초로 본선 4강의 새 역사를 썼다. 그 과정에서 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의 손꼽히는 강호들을 꺾은 것도 한국과 비슷했다.

프랑스와 4강전(0-2 패)에 이어 크로아티아전까지 2연패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아프리카 ‘월드컵 키즈’의 태동을 느낄 수 있다. 왈리드 레그라기 모로코 감독은 3·4위 결정전 직후 “연속된 패배가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우리의 힘을 보여줬고, 아프리카축구도 세계적 수준에서 맞붙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레그라기 감독은 모로코를 보고 꿈을 키울 미래의 아프리카축구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길 바랐다. 끝내 아이들이 월드컵에서 뛰고자 하는 꿈을 갖게 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가치 있는 일이다”며 “15년 이내에 아프리카국가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리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랍권 대표 매체 알자지라 역시 “월드컵에서 모로코의 성공은 많은 아프리카 꿈나무들이 축구를 시작하게 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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