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팠던’ 벤투의 성공, 클린스만은 정말 간절한가? [사커토픽]

입력 2023-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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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외국인 감독이 우리 대표팀을 맡으려면 간절해야 해요. 벼랑 끝의 심정이랄까?”

축구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에 오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독일)을 향한 많은 축구인들의 걱정이다. 표현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 소통과 문화에 전혀 문제없던 조국에서조차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이기에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떠난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의 후임 물색에 나선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27일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그는 본선 진출을 전제로 북중미 3개국(캐나다·미국·멕시코)이 공동 개최할 2026년 월드컵까지 3년 5개월간 지휘봉을 잡는다.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이름값이 높은 감독임에도 여론의 반응은 우려 일색이다. 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 마이클 뮐러)를 건너뛰고도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지만 ‘지도자’로서 커리어에는 실패가 많았고, 성공에 가까웠던 시기에도 적잖은 논란을 남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도자 초기에는 괜찮았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조국의 3위를 이끌었고,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미국을 16강에 올렸다. 그런데 이 때도 논란이 있었다. 팀 전술을 훗날 독일을 지휘한 요아힘 뢰브 코치에게 일임했다는 폭로가 전직 독일대표 필립 람의 자서전에 등장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체력훈련만 지시했다. 전술훈련은 없었다. 경기 전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할지 토론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암흑기’로 평가받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의 한국이 그랬다.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 현대) 등 베테랑들이 한숨을 쉬며 A매치를 걱정했다는 일화가 흘러나온 그 시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뮐러 위원장은 “감독은 매니저다. 큰 그림을 그리고 고민하며 코치들과 협업한다”고 설명했으나 명쾌하지 않다. 디테일과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현대축구다. 전술적 식견이 없는 코치까지 합류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클린스만 감독은 클럽에선 완전히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선 처참하게 주저앉았고, 헤르타 베를린(이상 독일)에선 3개월 만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별을 알렸다. 이유야 어찌됐든 상식과는 거리가 먼 태도다.

게다가 공백기가 너무 길다. 그동안 드러난 성향과 축구철학, 전술능력만으로도 걱정스러운데 ‘현장감각’까지 의문이니 더욱 골치 아프다.

한 유력 축구인은 “벤투 감독은 타는 듯한 목마름이 있었다. 정교하고 디테일하며 인간적이었다. 그럼에도 어려움에 봉착했고, 뚝심으로 이겨냈다. 낯선 환경에서 계속될 강한 견제를, 쉽게 포기해온 클린스만 감독이 극복할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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