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보다 참사가 익숙해진 한국야구, ‘우물 안 개구리’였다! [WBC]

입력 2023-03-12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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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0년대 초반 한국야구는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기에 불을 지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등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3개 대회 모두 야구강국인 일본을 대표하는 프로선수들과 맞붙어 승리를 거뒀기에 더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는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제외하면,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AG)에선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이는 일본이 사회인야구선수들을 내보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2013년 제3회, 2017년 제4회 WBC에선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첫판을 내주는 졸전 속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21년 펼쳐진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4위에 그쳤다.

올해 제5회 WBC에서도 참사가 거듭됐다. 안정적인 8강행을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했던 첫 경기 상대 호주에 7-8로 패한 데 이어 일본에는 4-13으로 대패했다. 한국야구의 자존심이 마치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메이저리거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합류 등으로 한껏 기대를 부풀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국내 최정상급 투수로 손꼽히는 젊은 투수들이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한국과 일본의 벌어진 격차를 실감케 한 대목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과거에는 일본의 강력한 마운드와 한국의 장타력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었다. 일본타자들은 어떻게든 1점을 짜내는 소위 ‘실리야구’에 힘썼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타자들은 언제든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파워를 지녔다. 마음만 먹으면 대량득점이 가능한 팀이 됐다. 그 자체로 엄청난 발전이다.

한국야구는 오히려 퇴보했다.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라는 타이틀에 도취된 사이 경쟁국과 실력차는 점점 벌어졌다. 이제는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나라들을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백지상태에서 꿈나무 육성 시스템부터 재정비하지 않으면 야구강국들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야구계 전체가 이를 깨달아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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