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경마대통령’ 박태종, 통산 2200승…전설은 계속된다

입력 2023-03-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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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종 기수.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지난 19일 슈어윈과 역전극 완성
“최초라는 수식어 항상 부담되지만
그저 최선 다한다는 생각으로 질주”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기수가 19일 개인 통산 2200승을 달성했다. 올해 데뷔 38년 차로 ‘경마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박태종 기수는 한국경마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리고 있다. 57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면서 본인의 다승 기록을 매번 경신하며 경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박태종 기수는 19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10경주에 경주마 슈어윈과 함께 출전했다. 초반부터 선두를 바짝 추격하며 2, 3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박차를 가하며 탄력적인 걸음으로 선두로 치고 나온 슈어윈은 그대로 거리를 넓히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으면서 박태종 기수의 통산 2200승 대기록이 세워졌다.

결승 통과 직후 렛츠런파크서울에 모인 경마 팬들은 갈채로 박태종 기수의 2200승을 축하했고 경마 관계자들 역시 너나할 것 없이 대기록을 축하했다. 기록 달성의 부담감 때문인지 6주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던 박태종 기수도 한결 편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다.

박태종 기수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늘 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면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 해도 주위의 기대를 의식해서인지 경주가 잘 풀리지 않는다”며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부담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경주에 임하며 이겨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 150m에 몸무게 47kg. 작지만 다부진 체격인 박태종 기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굴삭기 기사 조수로 건설 현장에서 일했고 용달차를 타고 배달을 하기도 했다. 친척의 권유로 기수후보생에 도전한 박 기수는 재수 끝에 1986년 정규 13기 기수후보생으로 합격했다. 이듬해인 1987년 4월에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데뷔했다. 데뷔 4년 차인 1991년에 48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하고, 최우수 기수에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무서운 아이’라 불리던 박 기수는 1992년 무궁화배 우승을 시작으로 대상경주 우승을 휩쓸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대망의 그랑프리까지 품에 안았다.

박태종 기수는 ‘기록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1996년 최초 한 시즌 100승 기수, 최초 억대 연봉 기수 등 그가 처음 세운 기록은 엄청나다. 2000년에는 데뷔 14년 만에 김명국 기수가 수립한 722승 역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2009년 1500승, 2016년에는 2000승을 기록하며 통산 승수를 쌓아갔다. 그동안 대상경주 48회 우승, 다섯 번의 최우수 기수 선정 등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활약을 보인 그에게는 이제 ‘경마대통령’이라는 영광스런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올해 57세인 박태종 기수는 현역 기수 중 두 번째로 고령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승률을 선보이는 백전노장으로 자신과의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 전 2500승도 가능해 보였지만 은퇴를 몇 년 남기지 않은 요즘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렇지만 성적이 좋든 나쁘든 늘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생각하며 실망시키지 않는 기수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매 경주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담담하게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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