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선이 국가대표팀으로 향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대로였다. 이날 KFA는 이사회를 열었다. A매치 당일 이사회가 특별하진 않지만, 이번 사안은 달랐다. 중징계를 받은 이들의 복귀를 결정하는 안건이 핵심이었다.
사면된 100명 중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해 제명된 선수 48명이 포함됐다. 주도적 역할을 했거나 타 범죄에 가담한 2명만 제외됐다. KFA는 여기에 근사한 설명을 곁들였다.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사면을 건의해야 할 핵심 주체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빠졌다. 프로연맹은 꾸준히 ‘시기상조’를 외쳐왔고, 이사회에서도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KFA는 언제나 그랬듯 특유의 뚝심으로 ‘우직하게’ 계획한 바를 이뤄냈다. 결국 이사회는 ‘답정너(답은 정해졌고, 너는 대답만 해)’와 다름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기구였던 셈이다.
KFA에 예의가 있다면 ‘현장 의견 반영’ 따위의 표현은 뺐어야 했다. 굳이 포장이 필요하면 ‘일부 의견’ 정도로만 했어도 충분했다. 오히려 프로연맹은 2월 KFA 공정위원회 차원에서 전달된 승부조작 가담자 징계해제 검토 제안을 거절한 바 있고, 이사회에서도 관련 대상에 승부조작은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KFA는 “승부조작을 빼면 사면 대상이 적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를 폈다는 후문이다. 대체 왜 100명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KFA의 ‘현장 의견 반영’은 팬 모두를 기만한 꼴이다. 정말 자신 있고, 떳떳했더라면 사면 이유라도 밝혀야 하나 그저 묵묵부답이다. 물론 K리그 구단들은 황당할 뿐이다. 백번 양보해 승부조작 사태 당시 프로연맹 총재로 활동한 정몽규 KFA 회장이 ‘결자해지’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 언젠가 징계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 등은 존중하나 K리그의 의견 수렴 절차는 거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활을 걸고 경쟁해야 할 선수들이 축구 대신 서커스를 했었다는 분노가 여전히 뿌리 깊다. 공감대를 전혀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KFA가 무리하게 징계를 해제해준 이들을 프로연맹도, K리그도 아직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