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국제탁구심판, 사상 2번째 ARE 만점 획득…“후배 심판들에게 도움주고 파”

입력 2023-05-01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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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KTTL 감독관. 사진제공 | 한국실업탁구연맹

“탁구 인생 최대 목표는 후배 심판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비선수출신’인 박형근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감독관(65)이 세계탁구계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겼다. 국제탁구연맹(ITTF) 사상 2번째로 고급규정시험(ARE) 만점을 받았다.

박 심판은 지난달 16일 프랑스 메츠에서 열린 ARE에 응시했다. 국제심판 자격 중 하나인 블루배지 획득을 위해서다. 1973년부터 도입된 국제심판 자격은 화이트배지, 블루배지, 골드배지로 나뉜다. 화이트배지는 국내 1급 심판으로 2년 이상 활동한 뒤 ITTF 주관 시험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다. 2002년부터 도입된 블루배지는 화이트배지 취득 후 2년이 지난 상태에서 최근 2년 이내 ITTF 주관 대회를 2회 이상 참관한 뒤, ARE와 실기평가를 통과하고 세미나인 고급심판훈련과정(AUT)을 수료해야 얻을 수 있다. 실기평가는 국제대회에서 실전형태로 치른다. 2021년에 생긴 골드배지도 블루배지 취득 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ARE 내용은 블루배지와 골드배지 모두 동일하다.

박 감독관은 1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며칠 전 ITTF에서 ARE 사상 2번째 만점자가 됐으니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제2의 인생과 건강관리를 위해 시작한 탁구가 여기까지 날 이끌었다”며 “아직 실기평가가 남았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KTTL 경기 감독관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 자신 있다”고 만점 소감을 밝혔다.

2014년 직장 생활 은퇴 후 생활탁구를 접한 박 감독관은 2015년부터 심판 활동을 시작한 순수 비선수출신이다. 대한탁구협회 주관 국내 3급 심판 강습회를 수료해 심판 자격을 얻은 그는 그해 서울시장기 대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3급 심판으로서 1년간 협회 주관 탁구대회에 3번 이상 참가하면 2급 심판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급 심판으로서도 같은 과정을 거치면 1급 심판 강습을 받을 수 있는 데, 이때 시험을 통과해야 1급 심판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심판을 향한 생활탁구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비선수출신들의 강습 비율이 90%에 이른다. 그러나 축구, 야구 등과 달리 생계를 꾸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선수출신으로서 초반엔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러나 ‘로망’인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수 있는 국제 심판으로 거듭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ARE를 비롯해 모든 시험들이 영어로 진행돼 매일 자기 전 영어 공부를 하고, ITTF 공식 규정집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ITTF 공식 규정 전문가에게 메일로 질의해 답변을 받으며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자연스레 주변에선 블루배지 획득 후 골드배지를 노려보라고 권유한다. 골드배지 보유자가 전 세계에서 25명뿐이며, 아시아 심판은 4명에 불과해서다. 한국 심판 중 골드배지를 보유한 이가 전무하나 박 감독관은 후배 양성이 우선이란 생각이다.

박 감독관은 “국제심판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정보를 구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후배 심판들에게 자문 역할을 하면서도 시험을 준비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최근 비선수출신 중에서도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이 심판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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