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워터홀컴퍼니
빙하타고 엄마를 찾으러 왔던 아기공룡 둘리가 다시 돌아온다.
둘리는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처음 공개된 후 TV만화와 뮤지컬 등을 통해 수없이 변주되며 인기를 끌었고, 올해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다.
1996년 개봉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당시 극장가로 불러 모았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얼음별 대모험)은 4K 화질로 다시 만들어 상영한다. 27년 만에 돌아온 영화는 둘리와 친구 희동이, 도우너, 또치, 마이콜이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타임머신인 ‘코스모스’를 타고 미래를 가려다가 실수로 ‘얼음별’로 향하게 되면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둘리의 모험이 다시 시작되면서 영화가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등 애니메이션이 점령한 극장가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세워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도 쏠린다.
특히 지난해 ‘탑건: 매버릭’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까지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강세인 가운데 ‘얼음별 대모험’은 어린이와 3040세대까지 사로잡으며 극장가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재개봉 소식이 전해지자 SNS 등에는 기대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배급사 워터홀컴퍼니가 4일 SNS에 공개한 둘리의 ‘쿠킹송’ 클립 영상은 4일 만에 조회수 50만 건을 넘었다.
감독 겸 원작자 김수정 작가는 8일 서울 중구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오랜 시간 둘리의 생명력과 인기의 이유를 “현실성”에서 찾았다. 김 작가는 “둘리와 모든 캐릭터들은 현실적”이라며 “물론 판타지 배경에 엉뚱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기본 베이스는 우리들의 삶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곁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게 된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것과 달리 둘리를 잇는 새로운 인기 국산 애니메이션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마음이 쓰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 투자가 쉽게 되지 않은 국내 창작 현실을 꼬집으며 “(다양한 작품 제작에 대한)마음은 굴뚝같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못한다. ‘얼음별 대모험’도 1996년 전체 흥행 4위에 올랐으나 제작비 등 갚는데 5년이나 걸렸다”라며 “오히려 외국 애니메이션은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정체돼 있다. 하지만 국산 웹툰은 굉장한 창의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이러한 웹툰들이 국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