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다툼’ 강원을 더 갉아먹는 춘천의 처참한 그라운드

입력 2023-05-21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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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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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서 쉽게 접하는 표현이 ‘홈 어드밴티지’다. 심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익숙함을 주고 편한 곳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굳이 종목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진리에 가깝다.

그런데 K리그1(1부) 강원FC에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강원은 2023시즌 개막 이후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로 인해 축구계 전체의 조롱을 받고 있다. 물론 거친 축구에서 사시사철 잔디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될 순 없다. 하지만 춘천은 상상을 초월한다. 흔한 논두렁 수준이 아니다. 아예 누더기와 넝마에 가깝다.

낯선 상황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K리그 일부 경기장이 자주 도마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춘천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다. 대개는 충돌이 잦은 골문 주변과 하프라인 인근 훼손이 심했다. 송암스포츠타운은 구석구석, 곳곳이 심각하다. 현장에서 봐도 끔찍한 그라운드는 TV 화면 속에서는 마치 트랙터나 전차가 무리하게 지나간 길처럼 비쳐진다.

이제는 일부 잔디 보식 정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없다. 영양 촉진제를 잘못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만 할 뿐이다.

어쨌든 강원은 홈경기가 꺼려진다. 불규칙 바운드는 애교다. 발을 잘못 디디거나 스텝이 꼬이면 그대로 병원행이다. 라커룸을 제외하면 부상 위협이 없는 곳이 없다. 홈팀도 무서워하는 데, 원정 팀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당최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잔디만 보면 한숨부터 나오고, 각종 축구 게시판에 끊이질 않는 “돈을 받고 티켓을 팔아도 되냐”는 거듭된 비판에 구단은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강원 구단이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돈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경기장 관리 주체가 아니기에 과감히 나설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에 강릉 등 도내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지역 행사로 어렵다. 그라운드를 갈아엎든, 거액을 들여 새롭게 깔든 춘천도시공사가 해결해야 하는데, 모두 단기간에 마무리될 일이 아니다.

역시나 강원은 21일 이곳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4라운드 홈경기도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1승2무4패가 현 시점까지의 홈 성적표다. 최 감독도, 평소보다 몸을 사린 선수들을 지켜본 김기동 포항 감독도 씁쓸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수원 삼성과 치열한 최하위 경쟁을 하는 강원은 인프라에선 이미 꼴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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