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1초의 낭비도 없는 순도 100%의 만점짜리 오락영화 [리뷰]

입력 2023-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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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순간이나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전무(全無)하다. 단 1초의 낭비도 없는, 순도 100%의 완벽한 오락영화 ‘밀수’. 단언컨대 올 여름 한국영화계의 빛과 소금이 될 전망이다.

26일 개봉하는 영화는 1970년대 바닷가 마을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억척스러운 해녀들이 밀수 범죄에 가담하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김종수·고민시 다섯 주연 배우 각각이 펼쳐내는 독보적인 매력과 연기력,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독창적인 액션, 탁 트인 바다에서 펼쳐지는 시원시원한 풍광들까지 여름을 제대로 타깃팅한 오락영화로써 관객들을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전망이다.


●30분 같은 129분…시간 순삭

영화는 해녀들이 생계를 위해 밀수 범죄에 가담하다가 세관에 적발되고 가족까지 잃는 사고를 겪는 과정, 이후 동네를 떠났던 해녀 조춘자(김혜수)가 다시 돌아와 새로운 밀수 범죄를 제안하고 엄진숙(염정아)과 오해를 풀어가는 내 등이 단 한 번의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경쾌하게 종횡무진 이어진다. 여러 인물의 이해관계부터 시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를 스피디하게 담아내면서도 산만하거나 어색한 순간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리듬감까지 제대로 살린다. ‘부당거래’, ‘베테랑’ 등으로 국내 ‘범죄 액션 오락’ 영화 연출의 1인자라는 수식어를 얻은 류승완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지상과 수중을 오가는 액션신도 훌륭하다. 특히 극 중반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와 그의 부하가 각각 좁은 호텔 복도와 호텔방에서 여러 명의 건달들과 맞붙는 장면은 타란티노 감독의 액션을 보는 듯 엄청난 생동감을 보여준다. 특히 후반 해녀들과 일군의 남성들이 맞붙는 수중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액션의 공간을 해녀들에게 유리한 바다 속으로 설정해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주는 편중된 느낌을 지운 것은 물론, 지상 위 액션이 주는 타격감을 거세하고도 바다 속 지형지물과 생물들을 이용한 창의적인 공격들로 관객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女주연 블록버스터도 ‘된다’는 걸 보여준 김혜수와 염정아

김혜수와 염정아가 투톱 주연한 영화는 올 여름 개봉하는 기대작 중 유일하게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남성 중심 작품들이 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이 제작비 100억 원이 이상의 블록버스터의 주연을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175억 원 규모의 이번 영화의 성과가 이후 한국영화계 전체에도 여성 주연 영화 제작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유난히 어깨가 무거운 상황에서도 김혜수와 염정아는 영화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여성 배우들도 블록버스터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 보인다. 살기 위해서 물 불 가리지 않는 억척스러운 해녀 조춘자를 연기한 김혜수는 특유의 팜므파탈 같은 매력은 물론 능청스러운 지략가의 면모를 제대로 뽐낸다. 2006년 ‘타짜’의 정마담를 경신할 새로운 인생캐릭터의 탄생이다.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 역의 염정아는 슬픔과 증오, 후회와 책임감 등 복합적인 인물을 감정을 단단하게 그려낸다.


●완벽한 캐릭터의 하모니

김혜수와 염정아 뿐만 아니다.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모든 캐릭터들이 무의미하게 소비되지 않고 각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독보적인 캐릭터와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확연히 갈리는 멀티캐스팅 영화의 단점을 이 영화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월남에서 돌아와 전국의 밀수 범죄를 좌지우지하는 조인성은 등장부터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권 상사라는 캐릭터를 단숨에 설명해 낸다. 이후 선보이는 뛰어난 액션까지 관객이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정보원 역할을 하는 다방 마담 고옥분 역의 고민시는 엄청난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히든카드 역할을 해낸다.

세관 계장 이장훈 역의 김종수와 인생 역전을 노리는 해녀들의 잡일 담당 막내 장도리 역의 박정민은 낙차가 큰 캐릭터를 그야말로 살벌하게 연기한다. 철저하고 원칙적인 이장훈과 지질하기 그지없는 장도리의 변화와 반전을 보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매 작품 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여 온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서도 제대로 홈런을 친다. 그것도 만루 홈런으로.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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