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2년차를 맞이한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두렵다”고 솔직히 말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최대한 많은 표현을 하려고 애써
M자형 더벅머리 내가 직접 제안
타고난 배우? 노력이 가장 중요”
배우 이병헌(53)은 1991년 데뷔 후 한해도 빼지 않고 주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 이상씩 선보이고 있다. 32년 동안 출연한 작품만 약 70여 편에 달하지만 여전히 그는 여전히 새로운 연기에 목이 마르다. 그런 그가 9월 개봉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인다. 대지진 이후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한 아파트에 모여든 사람들을 다룬 영화에서 아파트 입주민 대표 영탁을 연기한다. 어수룩했던 인물이 광기에 휩싸여 괴물이 돼가는 과정을 섬뜩하게 그린다. 시사회 이후 이병헌에게 “눈(알)을 갈아 끼우며 연기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요즘 배우들은 눈알을 몇 개씩은 다 들고 다닌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M자형 더벅머리 내가 직접 제안
타고난 배우? 노력이 가장 중요”
●“성게 머리, 팬 떨어져 나갈까봐 걱정”
촬영 현장이 녹록치는 않았다. 극중 배경이 겨울인 탓에 한여름 세트에서 두꺼운 패딩을 입고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배우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정확한 디렉션을 주지 않는 엄태화 감독의 배려가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했다.
“배우 입장에서 디렉션이 너무 많은 감독님도 힘들지만 엄 감독님처럼 너무 안 하는 스타일도 어려워요. 방향을 잡기 쉽지 않거든요. 최대한 제가 스스로 많은 표현을 해보려고 하죠. 이번 영화에서는 제 얼굴을 저조차 무섭더라고요. 나한테 이런 얼굴이 있나 싶어 놀랐죠.”
스틸사진 공개부터 화제가 된 양옆으로 한껏 뻗은 독특한 더벅머리는 그가 분장팀에 직접 제안한 스타일이다. “성게 같지 않냐”며 소리 내 웃었다.
“이마를 살짝 M자로 만들자는 것도 제 의견이었어요. 완전히 벗겨진 머리가 아니라 점점 M자 모양으로 벗겨져 가는 머리를 상상했죠. 근데 막상 헤어스타일을 완성한 뒤에 거울을 보고 후회했어요. 팬들이 다 날아갈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오징어게임2’ 스토리 예측 불가”
그를 ‘타고난 배우’라고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 배우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미술이나 문학 같은 순수예술을 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에겐 없는 비범함이나 특별함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중예술인 연기는 달라요. 결국의 사람을 보여주는 일이 연기이기 때문에 늘 주변 사람의 표정, 행동, 습관 등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다른 사람의 감정도 빨리 캐치하는 편이죠.”
곧 전 세계를 뒤흔든 메가 히트작 ‘오징어게임’ 시즌2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다. 시즌2의 이야기를 추측하는 온갖 외신 보도에 대해 그는 “맞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즌2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연출과 각본을 맡은)황동혁 감독님이 시즌1 촬영을 끝내고 너무 힘들어서 시즌2 절대 안 한다고 했었거든요. 하하!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큰 성공을 해서 시즌2가 만들어진 거예요. 시즌2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거예요. 황 감독님이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인 거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