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셜픽쳐스
긴 러닝타임·어려운 내용·선정성·여성 지우기
“최고작” 불구 4가지 장벽 부딪혀 진군 더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기대 이하의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2위인 한국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의 격차가 점차 줄고 있다. “최고작” 불구 4가지 장벽 부딪혀 진군 더뎌
●기대 이하 화력…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안 머피)의 삶을 그린 영화는 상영 9일째인 23일까지 누적관객 182만50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55만 명)를 기록한 첫날과 비교하면 더딘 속도다. 앞서 김혜수·염정아 주연의 ‘밀수’가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었다.
9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2주 만에 일일 관객수도 뚝 떨어져 2위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격차도 크게 줄고 있다. 23일 일일 관객수는 6만6605명으로 5만951명을 모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고작 1만5000여 명 차이를 보였다.
이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크게 엇갈린 탓이다. 외신 등은 “놀런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평가했으나 일부 관객들은 3시간의 긴 러닝타임과 사전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부 내용, 많은 등장인물과 지루한 전개 등을 진입장벽으로 꼽으며 아쉬운 평가를 남겼다.
●선정성과 여성 지우기 향한 비판
예상치 못한 영화의 선정성도 흥행의 발목을 잡았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가 15세 관람가임에도 진 태트록을 연기하는 플로렌스 퓨의 전라 노출신, 그와 오펜하이머의 정사신 등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등장한다고 의견을 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 혹은 자녀와 함께 영화를 봤다가 크게 당황했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앞서 놀런의 전작 ‘인터스텔라’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에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과학 교육용 영화’라는 입소문을 타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또한 일부 여성 관객들은 영화가 여성 물리학자를 배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핵 개발 프로젝트에는 여러 명의 여성 물리학자들이 참여했지만 영화에는 오로지 남성 물리학자들만 등장한다. 미국 연예매체 콜라이더가 “‘오펜하이머’는 거대한 영화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작은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하는 등 주요 외신들까지도 이 같은 영화의 ‘여성 지우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